친환경 에너지 열풍과 에너지 절약 분위기에 발맞춰 설치한 공공기관의 태양광 발전 장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행템’처럼 일단 만드는 것만 우선시하면서, 에너지 저장 장치(ESS) 같은 별도의 장비를 설치하지 않으면서다. 전기 저장 장치가 없다 보니, 멀쩡히 생산한 전기를 내다 버리게 되고, 이 문제가 자체 감사에서 꾸준히 적발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울산시는 31일 “북구의 7개 공공시설에 6억1800여만원이 투입돼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는데, 활용 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아 생산된 전력이 버려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울산시 감사 부서가 최근 울산 북구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이면서 드러났다. 울산시는 68건의 문제점을 찾아내 훈계 2명 등 모두 16명에 대해 신분상 조처 등을 했다. 울산 북구에 대한 이번 시 감사는 2020년 8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의 기관처리업무가 대상이었다.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북구의 호계문화체육센터에는 2020년 9월 1억3240만원을 들여 옥상 바닥 절반 정도에 30㎾ 용량의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했다. 이 태양광 발전 장치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3만8014㎾h. 체육시설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5∼10%를 해당 태양광 발전 장치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충당하고 있다. 한 달 전기사용료로 계산하면 60만∼70만원 정도다.
송정복합문화센터도 올해 3월 1억2200여만원을 투입해 옥상에 34.56㎾ 용량의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 장치가 생산하는 한 달 평균 전력량은 4200㎾. 이 시설의 한 달 평균 전력사용량은 4500㎾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93.3%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휴관일이다. 공공시설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장치는 휴관일에도 똑같이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만들어낸 전력을 저장할 장치나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탓에 만들어진 전기가 고스란히 버려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