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올해 누적 적자가 1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4분기엔 생성형 인공지능(AI)용 수요에 대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능력을 배 이상 늘려 실적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시설투자에 연간 최대 규모인 47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초격차 투자’로 시장 우위를 선점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도모한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3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5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부진을 딛고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DS 부문은 당초 예상보다 적자 폭이 크게 줄지 않았다. 3분기 영업손실은 3조75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적자가 6100억원 줄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당시 증권가가 예상한 적자 감소 폭 1조∼1조5000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DS 부문 1∼3분기 누적 적자는 12조6900억원이다.
DS 부문 적자는 모바일(MX)과 디스플레이 부문, 하만의 견조한 실적으로 채워졌다.
모바일(MX)·네트워크 부문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 플립·폴드5의 판매량 호조로 전 분기 대비 2600억원(8.6%) 증가한 3조3000억원, 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등에 힘입어 131%(1조1000억원) 증가한 1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하만이 ‘숨은 효자’였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카오디오 분야 업계 1위인 하만의 3분기 영업이익은 45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0%(2000억원)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고객사의 수주 확대, 포터블 스피커 등 판매가 증가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하만의 1∼3분기 영업이익은 8300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HBM 등 고부가제품 판매 확대, MX·디스플레이의 프리미엄 전략 강화로 실적 회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릴 것을 예고했다. 그는 “현재 HBM3과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 시장에서의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김 부사장은 메모리 업황이 반등 중이며 4분기에는 메모리 재고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메모리 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며 “생산 하향 조정을 지속하는 중이며 재고 수준은 D램고 낸드 모두 5월 피크 아웃(정점)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빠른 시간 내 재고 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해 추가 선별적인 생산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MX 부문은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4에 생성형 AI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MX 전망을 설명하며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핵심 기능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기획그룹장(상무)도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향후에도 스마트폰이 AI의 가장 중요한 액세스 포인트일 것”이라며 관련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연이은 실적 저조에도 시설투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린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시설투자는 11조4000억원으로 올해 누적 투자액은 36조7000억원이다. 4분기를 포함한 연간 시설투자 예상액은 53조7000억원에 달한다. 사업별로는 DS 부문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사업 투자 행보가 더욱 과감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