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 사는 직장인 A(31)씨는 대학생 때부터 ‘콜포비아’(전화통화에 불안감을 느껴 이를 피하는 현상)를 겪었다. 지인과 전화할 땐 괜찮은데 모르는 사람과 전화를 하려고 하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갑자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갖은 걱정이 튀어나왔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특히 그랬다. 당시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을 때라 A씨는 전화 대신 방문포장을 하곤 했다. A씨는 “친구와 함께 있을 땐 친구가 전화를 해줬지만 혼자 있을 땐 전화하기 싫어 직접 가서 포장해왔다”며 “요즘은 앱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2. 이틀 전 한 네티즌은 커뮤니티에 콜포비아를 극복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사적인 대화는 괜찮은데 업무 전화를 할 때 너무 떨리고 말이 꼬인다”며 “이직 하기 전 회사에선 메신저로만 대화를 해서 괜찮았는데 이직한 곳은 부서 간, 거래처 간 전화할 일이 많아서 매일 전화가 들어오는데 너무 떨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실수하거나 말이 꼬일까봐 두려운 것 같다”며 “하다보면 나아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전화통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신세대로 묶인 MZ세대(1980년∼2010년 이전 출생)에 이런 현상을 겪는 이들이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비대면에 익숙하다보니 전화나 대면 대화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최근 MZ세대 14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35.6%나 됐다. 3명 중 1명이 전화통화를 어려워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같은 조사를 했을 땐 29.9%였는데, 1년 새 5.7%포인트나 늘었다.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 역시 ‘문자, 메시지 앱 등 텍스트 소통’이라 응답한 비율이 61.4%에서 70.7%로 9%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전화통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한다는 점’(60%, 복수응답)이었다. 이외에도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55.9%) △문자, 메시지 등 비대면 소통이 훨씬 익숙해서(51.6%)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29.5%) △할 말이 떨어졌을 때 침묵이 불안해서(24.2%) 등이 어려움으로 꼽혔다.
콜포비아 증상을 겪는 이들은 전화를 받기 전 긴장감과 불안이 커진다고 대답했다. 이에 전화가 오면 아예 받지 않거나, 전화하기 전 미리 대본을 작성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고 한다.
청년세대에서 콜포비아가 늘어나는 건 이들이 대면보단 비대면이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콜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단 마음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인과 편하게 대화나 통화를 하며 대면소통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전화 전 미리 시나리오를 짜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