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산·소비에 수출도 기지개, 경제 반등 모멘텀 이어 가야

10월 수출 13개월 만 ‘플러스’ 전환
경기 저점 통과 ‘상저하고’ 청신호
규제 혁파, 노동 등 구조개혁 시급

우리 경제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실물 경제 흐름을 보여 주는 생산·소비·투자 지표에 이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살아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수출(통관기준 잠정치)이 550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1% 증가하고, 수입은 534억6000만달러로 9.7% 줄면서 5개월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13개월 만에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도 반갑지만 자동차·선박 등 4대 품목을 중심으로 호조세가 이어지고,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 대폭 줄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9월 산업활동 지표도 흐름은 비슷했다. 산업활동 3대 축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늘었다. 트리플 증가는 4개월 만이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회복 덕이 크다. 당초 반도체를 포함한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소폭 줄 것이라는 정부·시장 전망을 뛰어넘은 ‘깜짝’ 반등이다. 반도체의 9월 수출용 출하는 69.4% 증가했다. 60%를 넘은 것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대규모 감산을 통해 불황의 터널을 견딘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가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한 D램의 가격은 한 달 새 15% 급등했다. 빠르게 성장 중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겨냥해 가격이 40%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D램 생산 비중도 늘리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대미 수출이 역대 최대인 17.3% 증가했다. 일본, 중국도 각각 10.7%, 9.2% 늘었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수출이 늘어나면서 시장 다변화 효과가 나타난 것은 우리 경제엔 호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저하고(上低下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 회복의 불씨가 살아났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인한 고유가 덫이 도사리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리스크가 커진 가계부채도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반짝’ 회복이 아닌 지속적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긴축재정 의지와 막대한 세수결손으로 재정효과는 언감생심이다. 올해 잠재성장률이 최악인 1.9%로 전망될 정도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방위 지원, 규제 철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산성을 끌어올릴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의 고삐도 바짝 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