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인 김모(26)씨는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취업에 대한 희망을 반쯤 내려놓은 상태다. 그는 “지방사립대 영문학과 출신이 갈 곳이 얼마 없다. 이미 20곳 정도에 서류를 냈지만 번번이 ‘아쉽게도’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먼저 졸업한 선배들이나 친구들도 서류를 100곳 넘게 냈는데도 면접 기회조차 갖지 못해 백수로 지내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추자니 200만원 남짓 되는 월급에 부정적인 남들의 시선도 부담”이라며 “취업을 포기하고 알바로 연명하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기준 20대 ‘쉬었음’ 인구(38만4000명)가 4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만8000명 늘어난 것인데, 청년층 10명 중 3명 이상(32.5%)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는 경기 부진으로 우리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고용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만5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는 지난 9월까지 31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취업자 수가 32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한 점을 고려하면 외견상 고용시장은 최근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구직자들이 자영업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자영업 업황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하는 비임금근로자는 ‘현재 사업체(일)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항목에 86.8%가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현재 사업체를 그만둘 계획이 있는 자영업자의 주된 이유는 ‘전망이 없거나 사업부진’이 41.6%로 가장 많았는데, 전년보다 비율이 0.7%포인트 상승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번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통계가 나오지만 사실상 노인일자리고 청년 및 40대 등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를 위한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살아나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상황이고, 무엇보다 이미 한국 경제가 정체기에 돌입한 상황이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이 있지 않는 한 고용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