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부터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위반 등이 의심되는 사업장과 공공부문 약 200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중간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지난달까지 점검한 62개 사업장 중 절반이 넘는 39개소(62.9%)에서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타임오프 초과 및 위법한 운영비 원조 등 36건, 위법한 단체협약 11건, 단체협약 미신고 8건, 비면제업무 유급처리 4건이다. 나머지 140곳까지 점검이 모두 끝나면 얼마나 많은 위법 사례가 추가로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위반 사항을 들여다보면 ‘노조공화국’, ‘노조 천국’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한 제조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와 차량 2대 등 총 10억4000여만원의 운영비를 노조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업체는 노조 전용차로 제네시스와 그랜저 등 승용차 10대의 렌트비 1억7000여만원과 유지비 7000여만원을 사측이 부담했다. 노조위원장의 기본급만 증액해 준 업체도 적발됐다. 노사 간 ‘짬짜미’로 도덕적 해이에 놓인 노측이 조합원 이익을 위한 목소리를 사측에 떳떳이 낼 수 있겠는가.
타임오프제 위반 사례가 29건이나 적발된 건 현장에서 이런 구태가 비일비재함을 보여준다. 한 공공기관 자회사는 회사 월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를 12명까지 둘 수 있는데도 지난해 풀타임과 파트타임 근무자를 포함해 125명이 노조에서 일했다.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에서 32명인 한도의 10배에 이르는 311명이 타임오프를 적용받은 것과 똑같은 행태다. 노사 교섭이나 노동자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꼭 필요한 노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도입한 제도가 노조 간부들 유급휴가제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고서도 노동계가 틈만 나면 타임오프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조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힘없는 존재가 아니다. 회사 경영에까지 개입하면서 이권 카르텔을 누리는 기득권층이 됐다는 지적은 무리가 아니다. 정부도 노사 간 자율 존중을 내세우며 마냥 손놓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얼마 전 정부가 노조의 회계공시에 대한 원칙을 끝까지 지켜 양대 노총이 수용하도록 하는 첫 성과를 냈듯 단호하고 엄정한 대응으로 노조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다수 노조원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 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