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재정 건전성’ 기조를 정면 비판하면서 ‘재정 확대론’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경제를 회복시킬 ‘쌍끌이 엔진’이 필요하다”면서 “한 축은 연구기술개발,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형 SOC 투자이고, 또 한 축은 총수요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소비 진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지역화폐 예산 증액 및 발행·지원 의무화, 1년 한시 임시소비세액 공제 신설, 3조원 규모 민관협력 금리인하 프로그램 도입, 청년 교통비 3만원 패스 도입 등을 제시했다.
기자회견 주제는 ‘민생’이었지만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성격이 짙다. 민관이 협조해 소상공인 등의 이자 부담을 3조원가량 줄여주자는 제안이나 청년 교통비 3만원 패스 도입은 소상공인과 청년 세대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경영계의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건 노동자 표를 노린 입법 포퓰리즘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말로는 민생을 강조하지만 속셈은 딴 데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중성은 윤 대통령에게 협치를 요구하면서도 자신은 반대로 행동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이 대표는 그제 시정연설에 대해 “국정 전환은 없었고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국민들을 원숭이로 여기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환담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에 온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두시라’고 막말했는데도 이 대표는 주의를 주기는커녕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말로 정치를 복원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민들 삶이 팍팍해지고 협치가 실종된 데는 정부·여당 책임이 크지만 야당 잘못도 못지않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입법 폭주를 하고 국무위원 탄핵안과 해임건의안을 남발했다. 이에 따른 극단적인 정치 대결로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 국민들만 피해를 봤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말로 민생을 걱정하고 협치를 원한다면 이런 이중적 행태부터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