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의 택시사업과 은행권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선 상황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등에 대한 주주활동 강화를 예고했다.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목소리를 냈던 국민연금이 카카오의 최대 위기로 꼽히는 경영자 리스크에 어떤 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카카오, 카카오페이, 키움증권, BNK금융지주, CJ대한통운, 현대로템에 대한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 점에서 단순투자와 비슷하지만 이사선임 반대, 배당확대 요구,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사실상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의무)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최근 각종 사건·사고 등으로 이슈가 불거진 곳이다. 특히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담당 임원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고,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같은 혐의로 16시간이 넘는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이 카카오 법인에 대한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는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전날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작심 비판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이 회사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카카오 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서도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카카오 지분 5.42%를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는 4.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예고된 키움증권도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의 차액결제계좌(CFD) 사태에 이은 영풍제지 주가조작에 따른 미수금 사태까지 잇따른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이다. 영풍제지가 지난달 26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 6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이어 가면서 키움증권의 손실도 4000억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BNK금융지주에서는 3000억원대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은 이번 정부 들어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KT 대표이사 연임 과정에서는 이사회가 결정한 후보를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일이 발생해 사상 초유의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카카오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방향성 등 개선점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