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음주운전'으로 부부 들이받은 20대, 징역 8년… 검찰 즉각 항소

대낮에 만취 운전을 하다 길 가던 40대 부부를 들이받아 부인이 숨지고 남편에게 중상을 입힌 20대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피해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에 비해 형량이 낮고 음주운전 사고 범행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노미정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24)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 운전자는 지난 5월 1일 오후 4시5분쯤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고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도로를 지나다 가장자리로 걸어가던 40대 부부를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부인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인근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졌으나,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남편은 척추 등 부위가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어 전치 8개월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조사 결과 음주 운전자는 노동절을 맞아 직장 동료들과 회사 기숙사에서 술을 마시다 안주를 더 사러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경찰이 측정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9%로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사고 직후 차 밖으로 나온 그는 언행이 불안정하고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법.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수사 결과를 제시하며 “사고 당시 피고인이 조향이나 제동 장치를 조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갓길을 가던 부부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뒤에서 차량으로 그대로 덮쳐 사상자를 야기한 데다 어린 자녀들에게 큰 고통을 겪게 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5년형에 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도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사고 현장 사진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 수사 보고서 등에 살펴볼 때 운전자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보행자를 손쉽게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산책 나온 부부가 직선 형태의 도로 갓길에 붙어서 걷고 있었고 대낮에 날씨가 맑은 데다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만한 장애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도로 바깥으로는 사람이 걸을 만한 여유 공간이 없어 별도의 인도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에 비춰 “피해자들이 도로에 있었던 사정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남편은 소중한 아내를 잃었음에도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고 미성년 자녀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슬픔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6000만원을 형사 공탁한 점과 과거 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하고 항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2명의 사상자를 냈고 피해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범행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