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전 뒷면에 첫 한국계 여성 얼굴…장애인 인권운동가 밀번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서 출생…암투병 중 요절
미국 조폐국, ‘2025 미국 여성 주화 프로그램’ 주인공 5명 선정

미국 조폐국(USM)이 발행하는 25센트(쿼터) 동전 뒷면에 한국계 인물의 얼굴이 처음으로 새겨진다.

 

3일 미주중앙일보와 USM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주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1987년생인 밀번 씨는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근육 퇴행성 질환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았고, 이러한 자기 경험이 이후 장애인 인권 운동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미국 조폐국이 검토 중인 스테이시 박 밀번의 주화 디자인. 미국 조폐국 홈페이지 캡처.

밀번 씨는 학교에서 장애인 역사 교육 과정을 가르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노스캐롤라이나 법안 작성과 통과에 역할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그를 장애인협회 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소외된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단체도 창업했다. 2014년 오바마 행정부의 직속 기관 지적장애인위원회에서는 장애인 정책 자문 위원으로 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 키트를 만들고 위생용품을 장애인과 저소득층에게 나눠주는 일을 맡았다. 암 투병 중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한 그는 생일날인 2020년 5월19일 세상을 떠났다.

 

‘2025 미국 여성 주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USM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담긴 주화 뒷면에 얼굴을 새길 여성 후보자 20명을 검토한 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5명을 최종 발표했다. USM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미국 여성계에서 업적과 공헌도가 큰 인물을 기리기 위해 25센트 주화 뒷면에 얼굴을 새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 프로젝트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제19조 발효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연방 의회가 통과시킨 법에 따른 것이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벤트리스 깁슨 국장은 “주화 제작을 통해 여성들을 예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미국 역사에 공헌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이끈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밀번 씨 이외에도 흑인 언론인 아이다 웰스,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천문학자 베라 루빈, 흑인 테니스 선수 앨시어 깁슨 등이 포함됐다. USM은 검토 과정을 거쳐 이들의 얼굴이 들어간 주화의 최종 디자인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