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 3명 살린…美 항공우주국 비행사 87세 나이로 사망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비행사 토마스 매팅리(87).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비행사 토마스 매팅리가 향년 87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나사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사 우주비행사 매팅리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는 미국의 영웅 중 한 명을 잃었다. 매팅리는 아폴로 프로젝트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그의 빛나는 인품은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매팅리는 우주를 넘어 우리(나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매팅리는 1970년 4월11일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유인 달 착륙 우주선 ‘아폴로 13호’ 조종사로 탑승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발사 72시간 전 건강 문제로 임무에서 제외됐다.

 

매팅리는 어쩔 수 없이 지상 관제센터에 남아야 했지만 이 일로 3명의 우주비행사가 목숨을 구했다.

 

발사된 아폴로 13호가 지구에서 약 32만㎞ 떨어진 지점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산소탱크가 폭발했다. 이후 매팅리는 탐사선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시키는 것을 제안, 탑승했던 3명의 비행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당시 나사는 “매팅리의 결정 덕분에 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 제임스 로벨, 잭 스위거트, 프레드 하이즈를 성공적으로 귀환시켰다”고 성명을 냈다.

 

이후 매팅리는 아폴로 16호 임무에서 다시 조종사를 맡아 두 차례 진행된 우주왕복선 임무에서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한편, 아폴로 13호의 무사 귀환은 나사에서도 전설같은 일화다. 우주선 사고는 보통 비극으로 끝나는 반면 3명의 우주비행사 모두가 돌아온 극히 드문 사례이고, 그 과정 역시 한편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산소탱크 폭발로 세 명의 비행 승무원들은 며칠이나 식사, 수면, 휴식 그 무엇도 제대로 취할 수 없었다. 지구로 돌아오려면 전력을 아껴야 해 자동조종장치마저 꺼버린 탓에 영하의 온도를 견뎌야 했고 주어진 식량도 없어 하루에 반 컵 정도의 물로 버텨냈다.

 

폭발로 터져나간 단열재 조각들이 우주에서 제멋대로 회전하는 등 이밖에도 여러 문제로 아폴로 13호의 궤도 수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승무원들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동으로 궤도를 맞춰야 했다.

 

세 명은 자기가 적은 글씨를 자기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뇌 기능이 저하됐고 무력감에 휩싸여 생존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매팅리를 비롯, 나사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구 재진입 절차에 착수할 수 있었다.

 

특히 매팅리 대신 합류한 스위거트가 아폴로 13호 사령선의 절차를 개발한 주인공으노 나사에서 그보다 사령선에 빠삭한 사람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지구에 남은 매팅리 역시 사령선에 있어 그 못지않은 전문가였다. 우주와 지구 양쪽에서 상황을 타파할 최고의 키마스터를 가진 것. 이 둘이 없었다면 아폴로 13호는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