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서 기밀 빼돌리려다 징역 168개월… “韓, 피해액 산정 전문성 갖춰야”

기술유출 범죄로 인한 피해액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법원 내 전문기구를 마련하거나 전문법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대검찰청과 특허청이 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기술유출 피해액 산정 가치평가 도입을 위한 세미나’에서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의 손해액 산정 방식을 소개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윤 위원은 “미국은 특허·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 법에 명시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기업 입장에서 전문가, 기술 참여자, 또는 해당 기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실무자의 증언을 통해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법원이 개발 비용, 기술의 장기적 잠재력, 판매 목표치 등을 고려해 법원이 합리적인 손해액을 추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카콜라 직원 출신인 중국계 미국인 A씨는 ‘비스페놀A(BPA) 프리’ 코팅제 기술을 빼돌려 중국의 다른 회사와 합작해 새로운 기업을 만들려 했다가 적발돼, 경제스파이 행위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때 미국 법원은 전문가 증언을 통해 코카콜라의 피해액 규모를 계산하는 한편, ‘선고 전 조사 리포트’(PSR)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손해액 규모를 1억2180만 달러(약 1600억원)로 추정했다. A씨에겐 징역 168개월과 출소 후 3년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만1100달러를 지불하라는 명령도 내려졌다.

 

윤 위원은 “미국의 경우 영업비밀을 탈취하고자 했으나 모의에 그쳐 피해회사의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상태와, 범죄가 이행에 이른 상태에 따라 발생할 피해액을 구분해 법원이 산정하고 이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PSR은 기본 범죄기준에 피해액, 피고인의 범죄전력 등을 고려해 양형 가이드라인 상에 해당하는 범죄단계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피해액 산정을 위한 전문기구나 위원회는 없지만, 부정경쟁방지법에 손해계산을 위한 감정 규정을 마련하는 등 재판소가 감정을 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윤 위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판 당사자가 원할 경우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손해액 계산 감정인을 선임하고, 결과를 재판소에 보고할 수 있다.

 

윤 위원은 “1차적으로 법원 중재 하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차적으로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원이 어느 정도의 지식과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 여지와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PSR와 같이 법원 내에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마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같이 전문법원을 통해 사건을 통합 처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 위원은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의 경우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전문법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판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잦은 인사이동이 아닌 고정적인 분야로 선점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