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우유 물가 14% 이상 올라… 정부, ‘물가관리TF’ 가동

농산물은 과일 중심으로 오름세
사과, 전년비 2배 수준 ‘고공행진’

지난달 우유의 물가 상승률이 14% 이상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분유와 아이스크림의 상승폭도 확대됐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이 7.3% 오른 가운데 이달에도 사과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등 먹거리 물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7개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인위적으로 개별 품목의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3%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또 요거트 등 발효유의 물가 상승률이 14.7%로 2005년 5월(14.7%) 이후 18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아이스크림도 15.2% 오르면서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분유도 10.6%로 오름폭이 대폭 확대됐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상승으로 인해 흰우유, 발효유, 가공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연달아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각종 유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우유 관련 제품의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한 건 지난달 원유 가격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우유 제품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가량 올렸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이 제품의 가격은 2900원대로 상승했다. 또 매일유업이 우유 제품 가격을 4∼6% 올리고 발효유·치즈 제품은 6∼9% 상향 조정했으며 남양유업은 흰우유 제품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지난달 7%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견인했던 농산물 가격의 경우 이달에는 과일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질 조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11월호 과일’, ‘농업관측 11월호 과채’ 보고서를 통해 이달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이 10㎏에 5만∼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9.9∼94.2% 올라 두 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평년 도매가격과 비교해 87.2~102.2% 비싼 수준이다. 평년 가격은 2018년부터 작년의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간의 평균치다.

 

연구원은 또 배(신고·상품)는 15㎏에 5만3000∼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68.3∼81.0%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40.4∼51.0% 높다. 단감(상품)은 10㎏에 3만6000∼4만원으로 1년 전보다 41.7∼57.5% 오르고, 평년과 비교해 35.0∼50.0%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먹거리 가격이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면서 올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폭이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공식품 등의 물가가 오른 데다 최근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채소류 가격이 오르면서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폭은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이는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의 모습. 뉴시스

정부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요 식품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관리 대상은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주요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할 TF를 신속히 구성해 TF 내에서 품목 담당자들이 시장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면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물가 안정을 위한 각 부처의 관리를 강화를 핵심으로 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행보가 인위적인 가격 억제 정책에 가깝다며 향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국제유가 인상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큰데,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고 나중에 기업들이 한꺼번에 물가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