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메가서울 프로젝트’에 서울과 인접한 경기 남부권 도시들이 잇따라 관심을 내비치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김포시에 이어 성남·하남·안양·광명시 등이 서울시로 편입을 거론하며 논의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5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현재 김포 외에 성남, 하남, 안양, 광명, 과천 등의 편입 가능성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거론되며 수도권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포 서울 편입’ 논의를 전담할 ‘수도권 행정구역 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위원장인 송석준 경기도당위원장(경기 이천·재선)은 “특위가 향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위한 특별법 발의와 입법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포도 하는데 우리도”…하남·안양 국민의힘 당협위 움직여
하남, 안양 등 일부 당협위원회에선 서울 편입에 대한 지역 주민의 여론이 긍정적이라고 보고 중앙당과 호흡을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하남에서는 당협위원회 차원에서 서울 편입 문제에 대한 주민 대상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남시는 서울 편입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위례신도시·감일지구 주민들이 찬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오는 8일 감일·위례 서울편입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발대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가칭 ‘하남 감일·위례 서울편입추진위원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위례신도시가 3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서 “감일동과 위례동은 서울 생활권에 속하지만 하남에 묶여 교통·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남시가 서울시로 편입될 수 있도록 앞으로 미사 신도시 주민들과도 협력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하남시의회 강성삼 의장은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생뚱맞은 서울 편입론으로 시민이 희망 고문을 당하거나 혼란을 겪게 될 게 뻔한데 나중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시에선 지난 3일 동안구을 국민의힘 당협 소속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과 유영일 도의원, 음경택·강익수 시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안양시의 서울 편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체 안양시민의 12.4%에 달하는 약 7만명이 서울로 통학과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안양시의 서울시 편입은 메가시티 조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후화된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도 빠른 속도로 해결할 수 있어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여론조사, 공청회 등 필요한 움직임에 속히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와 안양시의회 민주당은 서울시로의 편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시의회 관계자는 “민주당 중앙당과 경기도당의 입장처럼 안양시의회 민주당도 서울시로의 편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최대호 시장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여당의 인접 도시 서울편입론은 부동산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유권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지방소멸 전략으로, 지방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려는 지역주도 균형발전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 성남시의회 여야 극한 대립…“차분히 살펴봐야” 목소리 높아
서울 통화권(지역 번호 02)으로 묶인 과천·광명시 관계자들은 “시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데 현재 (공식적인) 편입 요구는 없는 상황”이라며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과천시의회 김진웅 의장은 “어떤 식으로 주민 의견을 청취할지, 과천을 위해 좋은 일인지, 앞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갑 당협위원회도 광명시장을 대상으로 관련 여론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낼 방침이다.
‘서울특별시 분당·판교구’ 얘기가 나온 성남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시의회 여야가 서울 편입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성남의 경우 인구 100만에 육박하며 탄탄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굳이 서울에 편입돼 생활권을 같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 공식입장은 없을뿐더러 찬반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고 시민 공론화를 거치면 어떻게 할지 연구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성남시의회에선 여야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추진위원회 구성과 편입을 위한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양한 검증 이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성남시 국민의힘 협의회는 지난 1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남시의 몸집 불리기는 지난 10년간 민주당 집권 시절부터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시 차원에서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시의회에서는 추진위를 구성해 여권과 함께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남시 민주당 협의회도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다양한 검증을 통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남시는 전국 재정자립도 3위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며 “서울시의 자치구가 되면 시의 도시 개발 권한 등 각종 권한이 서울시장에게로 이양되고 자치권이 대폭 축소된다”고 반박했다.
그 이유로 “성남시의 세원이 6개(재산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담뱃세, 자동차세, 주민세)에서 서울시 자치구의 세원인 2개(재산세, 등록면허세)로 줄어 자체 세원은 약 1조원 이상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메가서울을 둘러싼 이합집산 분위기에 한 지자체 공무원은 “내년 총선용으로 서울 편입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게 쉬운 일도 아니다”라며 비관적 견해를 개진했다. 경기도 내부에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 편입 논란으로 논점이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말이 나왔다.
앞서 경기도와 도의회가 지난달 26일 행정안전부에 공식 제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요청안’에선 대상 지역에 김포가 빠진 한강 이북 10개 시·군이 포함됐다. 이보다 앞서 국회의원 3명이 대표 발의한 3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안에서는 관할구역을 모두 ‘김포시를 포함한 북부 11개 시·군’으로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