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국세나 지방세를 낼 때 급전 창구로 이용했던 카드사의 무이자할부 혜택이 올해 들어 대폭 축소됐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채권 금리 상승에 카드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증가하면서 카드사들이 앞다퉈 혜택 다이어트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세 납부 과정에서 카드사가 5년간 벌어들인 수수료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납부대행 수수료 경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세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카드사 세금납부 무이자할부 축소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의 국세·지방세에 대한 무이자할부 혜택은 지난해 6∼7개월에서 올해 3개월 이하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KB국민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은 세금납부에 대한 할부 혜택을 올해 들어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6∼7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기간별로 제공했으나 올해는 전반적으로 카드 혜택을 축소하면서 세금납부에 대한 혜택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국세 납부대행 수수료 개선 목소리도
재산세나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카드로 납부할 때는 납부대행 수수료가 붙지 않지만 법인세, 소득세 같은 국세를 카드로 납부하면 신용카드는 0.8%, 체크카드는 0.5%의 납부대행 수수료가 추가된다. 카드 이용자 사이에서는 세금납부에 수수료를 받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이자할부 혜택이 축소된 상황에서 할부 수수료와 납부대행 수수료까지 부담이 다소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국세 신용카드 납부현황’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납부된 국세 총액은 61조2731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납부대행 수수료만 48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로 납부되는 국세 규모는 △2018년 6조5998억원 △2019년 7조3236억원 △2020년 9조5618억원 △2021년 11조9663억원 △2022년 16조4601억원 △2023년 7월 기준 9조3613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강 의원은 “국세와 지방세 관련 수수료 차감 조정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지방세와의 형평성 차원뿐만 아니라 서민경제 지원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 면제 또는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협의를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및 카드업권에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도 할 말이 많다. 가맹점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일반 카드수수료 체계와 달리 국세는 정부가 사실상 가맹점 역할을 하는데 그 비용을 납세자가 부담하는 구조로 협의가 됐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세금을 카드로 납부하면 카드사가 일단 비용을 충당한 뒤 나중에 카드 이용자에게 자금을 받는 구조로 돼 있는데 그 기간의 리스크는 카드사가 부담하게 된다”며 “자금 조달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카드사가 이익을 보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이자할부 등 카드 혜택의 축소도 현 고금리 장기화 분위기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보다 자금 조달 금리가 크게 상승했고 고물가에 따른 경기 악화와 정부 정책에 따른 소상공인 등 수수료 감면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카드 전반적으로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5개 카드사의 올 3분기 순이익(4620억원)은 지난해 동기(5140억원) 대비 10.1% 감소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4년 금융산업 전망’에서 “연체율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과 조달 비용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비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내년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해 대비 둔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