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바주(州) 코타키나발루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인 SK넥실리스 동박 생산 공장. 축구장 23개 크기로 단일 규모 세계 최대인 이곳에선 매년 5만7000t의 동박이 생산된다.
1일 첫 출하 일주일이 지난 1공장을 찾았다.
방진복에 마스크까지 쓰고 에워샤워를 마친 뒤 들어선 1공장에서는 드럼통 모양의 제박기 수십여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지름 3m 제박기는 제자리에서 천천히 구른다. 은빛 티타늄이 얇은 구릿빛 동박을 뽑아낸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이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음극재를 감싸는 필수 소재다. 전기차 1대에 동박 40㎏이 들어간다.
SK넥실리스는 사바주 당국과 긴밀한 협의 끝에 가장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법인세도 외국 기업으로서 최장 기간 전액 면제받았다. 공장 유치는 주 정부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코타키나발루 산업단지(KKIP)에는 전체 311곳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그중 16곳이 외국기업인데 SK넥실리스는 이들 중 제일 규모가 큰 대기업이다.
풍진제 사바주 산업부 장관은 “기업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공했다”며 “SK그룹을 위해 투자 유치 혜택을 맞춤으로 설계했고, 인허가 사항을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부지 선정 뒤 7개월 만에 쾌속 착공한 배경이다.
지리적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코타키나발루는 아시아, 유럽, 북미 시장까지 수출이 쉬운 동시에 필리핀해 남단에 있어 태풍이 거의 없다. 인접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보다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두 번째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된다. 지난해 7월부터 폴란드 포트카르파츠키에주 스탈로바볼라에도 연산 5만7000t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해 가동을 시작하면 3개 공장(한국 정읍, 코타키나발루, 폴란드)은 연 15만여t의 동박을 생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