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보고’ 에세키바 소유권 놓고 베네수엘라·가이아나 ‘영토 분쟁’

국제사법재판소서 14일 청문회

베네수, 12월 국민투표 시행 예정
가이아나 “자주권 침해 행위” 반발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가 금과 다이아몬드, 원유 등 자원이 풍부한 땅을 서로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에 따르면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 국토에 편입된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규모의 영토 ‘과야나 에세키바(베네수엘라명 에세퀴보)’와 그 유역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오는 14일 네덜란드 헤이그 ICJ에서 ‘1899년 10월 3일자 중재 판정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 청사 전경. ICJ 홈페이지

이 분쟁은 베네수엘라가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당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가이아나 지역 영토에 대한 실효적 지배력을 문제 삼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6년 가이아나 지역은 영국령(영국령 기아나)으로 넘어갔고, 베네수엘라는 “그곳은 우리 땅”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1899년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영국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한 가이아나를 상대로 “자국과 영국이 1966년 맺은 제네바 합의를 통해 가이아나와의 영토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약속한 만큼 1899년 중재는 무효”라며 “당사국 간 협상으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ICJ는 지난 4월 “이 문제의 관할 권한은 ICJ에 있다”며 당사국 협의가 아닌 국제사법재판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가이아나 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과야나 에세키바는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원이 풍부했지만, 2015년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

당시 유정 탐사를 진행한 엑손 모빌은 석유 매장량을 32억∼50억배럴 전후로 추산했다. 사탕수수와 쌀 등 농업에 의존해 연 3∼4%대를 기록했던 가이아나의 경제성장률은 본격적으로 석유를 시추한 2019년 이후 20∼40%대로 뛰어올랐다.

베네수엘라는 오는 12월 3일 ‘에세퀴보 방어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대외 영향력이 없는 국내 지지 여론 결집용 퍼포먼스다.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에 대해 “자주권 침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