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중지로 역대 최대 상승 기록을 썼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2500선을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상승한 종목들에 대한 차익 실현이 이뤄졌다. 공매도 잔고가 많았던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증시를 끌어올렸던 ‘쇼트스퀴즈’ 효과가 벌써 끝나 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2.33% 하락한 2443.9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80% 하락한 824.37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날 오전 11시48분 코스닥150선물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가 3% 이상 내려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전날 주가 급등세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 하루 만에 반대 방향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이다. 사이드카가 발동하면 5분간 모든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전날 증시를 이끌었던 이차전지주는 에코프로를 제외하고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대비 10.23% 하락했고 포스코퓨처엠(-11.02%), POSCO홀딩스(-11.02%) 등도 주가가 떨어졌다. 에코프로만 3.74%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쇼트스퀴즈 효과가 벌써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트스퀴즈는 주식을 빌려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을 갚기 위해 장내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일부 종목의 거래량이 많았는데 공매도 잔고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코스피에서 각각 1015억원, 3935억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빠져나갔다. 연 4.5%대로 하락했던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밤 4.6%대로 반등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10.6원 상승한 달러당 1307.9원에 마감했다. 금융감독원의 외국인 증권투자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는 8월 1조1790억원, 9월 1조7120억원, 10월 3조1120억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 증시에서 이탈해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린 것이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중지 기간에 서둘러 공매도 제도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전산화에 대해 “(공매도) 거래 시스템 주문을 통일해 거래소, 예탁원과 연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다시 원점에서 보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매도 금지로 인해 해외자본 유출 위험이 더 커졌다는 지적에 “시장 판단을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