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동료 간호사들이 걱정이 많아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조소연(29)씨는 최근 환자나 보호자가 빈대에 옮아올까 노심초사다. 특히 진료를 보는 의료진이 아니라면 피부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빈대 때문에 오는 건지 다른 질병이 있어서 오는 건지 알 수 없어 더 불안하다. 조씨는 “병원은 소독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접속하면 ‘빈대박멸법’을 담은 게시물이 계속 뜨니 공포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측되면서 외국에 다녀온 여행객의 걱정도 컸다. 얼마 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민경원(29)씨는 비행기 좌석의 틈새까지 확인한 뒤에야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민씨는 “호텔에서 침구류 확인하듯 샅샅이 살폈다”며 “출장을 다녀온 뒤에도 오래 앉거나 머물러야 하는 곳에서는 빈대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빈대 공포증은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조모(29)씨는 아직 경남 지역에 빈대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집에서 정체 모를 벌레가 나오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 사는 자영업자 심모(27)씨는 “평소 목욕탕을 자주 갔지만 못 가고 있다”며 “이전에는 옷장과 수건을 타인과 함께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젠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취약계층이 ‘빈대 옮기는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한 쪽방촌 상담소 김모(46) 활동가는 “건물주가 많은 돈이 드는 방역을 해주진 않으니 정부·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쪽방촌 앞에 ‘빈대 주의’ 안내판을 세우는 등의 대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거리낌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시는 대중교통 빈대 방역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수단인 지하철 방역 횟수를 연 9회에서 30회로 늘렸다. 빈대 발생 우려가 있는 직물 의자는 고온 스팀 청소기로 스팀살균, 살충을 시행하고 전문 방역 업체를 통해 빈대 서식 여부를 확인한다.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속도를 낸다.
시는 시내·마을버스 조합과 공항버스 및 업체에도 빈대 살충을 위한 추가 방역을 하도록 조치했다. 향후 빈대가 출현하면 차량 내부를 고온 스팀 청소하는 추가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택시는 차량 특성상 직물 소재가 거의 없지만, 모든 택시(장애인콜택시, 외국인관광택시 등 포함)를 대상으로 1일 2회 이상 소독제, 물티슈, 청소기 등을 사용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