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KT의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승제) 1차전이 열린 7일 서울 잠실구장. 양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9회 KT 공격. LG의 마운드에는 마무리 고우석이 등장해 2아웃을 쉽게 잡아냈지만, 배정대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타석에는 7번 지명타자 문상철이 들어섰다.
문상철로선 앞선 2회에서의 번트 실패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문상철은 KT가 1-2로 뒤진 2회 무사 1,2루에서 이날 경기 첫 타석에 들어섰다. 문상철은 주자들을 한 루씩 진루시키고 싶은 마음에 벤치 사인 없이 번트를 댔지만, 타구는 LG 포수 박동원 바로 앞에 떨어졌다. 박동원은 공을 잡아 바로 3루로 던져 2루 주자를 잡아냈고, LG 3루수 문보경은 1루로 던져 타자 문상철을 아웃시켰다. 그사이 2루까지 갔던 배정대는 3루를 노렸으나 LG 수비진의 기민한 움직임에 3루에서 태그아웃됐다. 삼성과 현대의 2004 한국시리즈 7차전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역대 두 번째 삼중살이었다. 삼중살의 부담이 컸을까. 문상철은 5회와 7회에도 내리 삼진으로 물러났다.
앞선 세 타석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마음을 굳게 먹은 문상철은 볼카운트 2B-2S에서 고우석의 6구째 133km짜리 커브를 받아쳤다. 타구는 좌측으로 크게 날아가며 펜스를 맞고 튀어나왔다. 2아웃이었기에 타구가 뜨자마자 스타트를 끊은 배정대는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번트 실패에 이은 삼중살의 아픔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문상철의 호쾌한 장타였다. 문상철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KT가 2-3으로 뒤진 9회 무사 1,3루에서 스퀴즈 번트 작전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2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를 때려낸 문상철은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반면 구광모 LG 회장까지 취임 후 처음으로 경기장을 직접 찾은 가운데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경기 초반 수비 실책이 3개나 쏟아져 나오며 우승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중반 이후 긴장이 풀린 듯 연이은 호수비가 나왔다. 특히 7회 2사 1,2루에선 김민혁의 안타 때 홈으로 뛰어들던 장성우를 우익수 홍창기의 홈 송구로 잡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지켰던 동점의 균형을 믿었던 마무리 고우석이 9회에 허물어 버리면서 첫 판을 내주고 말았다. LG 염경엽 감독은 “많이 찾아와준 팬들께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경기 감각은 나쁘지 않다. 내일부터 반격해보겠다”고 총평을 남겼다.
경기 뒤 승장 이강철 감독은 “2회 나온 문상철 선수의 번트는 벤치의 사인이 아니라 본인의 판단에 의한 기습번트였다. 그 번트에 의한 삼중살이 나오면서 경기가 넘어갈 것으로 봤는데, 선발 고영표 선수가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넘어갈 경기를 잡아줬다”면서 “손동현 선수가 2이닝을 버텨준 것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 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KT는 쿠에바스, LG는 최원태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