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학대해 사망케 한 계모 "남은 자녀 위해 감형해달라"

초등학생인 12살 의붓아들을 40여차례 학대해 멍투성이로 숨지게 한 계모가 항소심에서 “남아 있는 자녀들을 위해 감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의붓아들이 5시간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성경을 필사하게 했고, 알루미늄 봉이나 플라스틱 옷걸이로 온몸을 때렸다. 사망 이틀 전부터는 옷으로 눈을 가리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어 16시간 동안 방치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규홍)는 8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계모 A(43)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녹색 수의를 입은 A씨는 방청석을 등지고 앉아 올여름 구치소 수감 중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재판 내내 고개를 숙였다. A씨 변호인은 “A씨는 원심 판결을 존중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한다”면서도 “검사의 항소에 따른 가혹한 처벌을 피하고자 피고인 측도 항소했다”고 말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월 16일 12세 초등학생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43)가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수사기관에 따르면, A(43)씨는 지난해 3월 9일 처음으로 사망한 의붓아들 B(12)군을 학대했다. 당시 A씨는 B군이 돈을 훔쳤다며 드럼 채로 종아리를 10차례 정도 때렸다.

 

임신 상태였던 A씨는 한 달 뒤 유산을 했는데, 유산의 원인을 B군에게서 찾았다. B군이 평소 무언가를 시켜도 잘 따르지 않아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친부 C(40)씨도 B군의 행동을 전하는 아내와 부부싸움이 잦아지자 가정불화의 원인이 아들이라고 생각해 싫어했고 학대에 가담했다.

 

학대의 강도는 점점 세졌다. 초반엔 방에서 1시간가량 무릎을 꿇게 했으나 이 시간은 5시간까지 늘었다. 벽을 보고 손을 들고 있게 했고, 한 달에 1∼2번 있던 학대는 지난해 11월 7차례로 늘었다.

 

글을 옮겨 적는 ‘필사’도 학대행위가 됐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B군에게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성경을 노트에 옮겨적으라고 했는데,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B군을 방에서 감금했다. 5시간 동안 벽을 보고 무릎을 꿇은 채 성경 필사를 한 날도 있었다.

 

A씨는 알루미늄 봉이나 플라스틱 옷걸이로 B군의 온몸을 때렸고 “무릎 꿇고 앉아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며 “너는 평생 방에서 못 나온다”며 폭언도 퍼부었다. B군이 견디다 못해 방 밖으로 나오면 다시 방에 가두면서 옷으로 눈을 가리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어 뒀다. B군은 사망 이틀 전부터 16시간 동안 이런 자세로 묶여 있었다.

 

1년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과정에서 2021년 12월 38㎏이던 B군의 몸무게는 지난 2월 7일 사망 당일엔 29.5㎏으로 줄어 있었다.

 

B군은 생의 마지막 순간 살기 위해 계모의 팔을 붙잡았다. B군은 사망 당일 오후 1시쯤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계모의 팔을 붙잡으며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A씨는 양손으로 B군의 가슴을 매몰차게 밀쳤고, 영양실조 상태에서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B군은 이후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