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고도화 … 미래 핵심 먹거리 육성 [지방기획]

‘철의 도시’ 광양시 업그레이드 박차

친환경 리튬전지 재활용 실증센터 등
국내 유일 소재 전주기 공급체계 구축
산단 입주제한 규제 완화로 투자 유인
수소에너지 분야 클러스터 조성 계획
전남도와 손잡고 기회발전특구 추진
순천대와 지역 특화인재 육성 MOU

충·방전을 통해 반복적인 재사용이 가능한 이차전지. 이차전지 산업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전기차용 이차전지 산업도 연평균 15.5%씩 급성장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그룹사를 중심으로 전남 광양시 국가산단(동호안), 세풍산단, 율촌산단에 이차전지 소재산업의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광양시가 이차전지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광양시 율촌1산단에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생산공장이 지난해 11월 준공해 고성능 전기차 100만여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인근에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연 4만3000t 규모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이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소재 중 하나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리튬과 음극재 소재인 니켈 코발트를 추출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도 지난 6월부터 1차 양산을 시작했다.



더불어 포스코홀딩스는 옛 한라IMS 부지 일원 48만㎡에 올해부터 2026년 하반기까지 포스코 그룹 3개사(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리튬솔루션)가 3조1800억원을 투자해 수산화리튬 연간 8만t(염호수산화리튬 2.5만t, 광석수산화리튬 3만t, 고순도 수산화리튬 2.5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민선 8기 들어 ‘철의 도시’ 광양시를 이끄는 정인화 광양시장은 이 같은 기업의 투자에 발맞춰 투자규제 해제, 기업 애로사항 해결 및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부품산업을 시의 핵심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인화 광양시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6월13일 광양시 율촌산업단지(옛 한라IMS 부지)에서 국내 최초로 탄산리튬 원료를 소재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리튬솔루션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착공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광양시 제공

◆미래 신산업 투자를 위한 규제 완화

광양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총사업비 233억원을 투입해 익신산단에 ‘친환경 리튬 이차전지 재활용 실증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6월 건물 구축을 마무리하고 장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광양만권에는 포스코 그룹을 중심으로 국내 유일 이차전지 소재 전주기(원료소재(리튬·니켈)-기초소재(전구체)-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리사이클링) 공급망 생태계까지 갖췄다. 이를 통해 투자기업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해제하는 등 애로사항을 사전에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4월19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광양국가산업단지 동호안 공유수면 개발을 위한 규제 해소를 위해 현장을 방문해 산업입지법 시행령 개정을 약속한 뒤 곧바로 시행이 확정돼 포스코홀딩스 그룹의 미래산업 투자에도 물꼬를 터줬다. 공유수면 매립지는 현행 법상 철강 관련 업종으로만 입주가 제한돼 있었고, 입주업체도 포스코로만 한정돼 있어 이차전지나 수소산업, 에너지산업 등 신산업 투자를 위한 산업단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정 시장을 비롯한 주순선 광양부시장 등 관련 공무원들은 중앙부처와 여야 의원을 망라해 만나며 개선방안을 지속해서 건의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달 19일 시행령이 개정돼 동호안에 이차전지 소재 및 수소분야 투자가 가능해졌다.

동호안 공유수면은 현재 총 95만평 중 27만평이 매립이 완료됐다. 나머지 68만평은 2050년까지 매립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곳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에너지 분야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연간 3조6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연간 9000여명의 취업 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광양시 동호안으로부터 시작한 규제 해소는 전국 200여곳 기업 보유 산업단지 첨단·녹색산업 신규 투자가 가능해지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기회발전특구 지정 추진

광양시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힘입어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역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재·재정을 지원하고 규제 특례와 정주여건 개선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주도형 균형발전’이라는 지방시대 철학에 맞게 각 시·도가 자율적으로 설계·운영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는 특구 지정을 위해 ‘광양만권 이차전지 특화단지(특구)지정 및 생태계 조성’ 기획과제 연구용역을 전남도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차전지산업 생태계 고도화 전략수립 방안과 더불어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필요한 기본계획 수립 및 산업육성전략 등을 과업 내용에 반영했다. 지난달 중간용역보고를 개최한 광양시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투자 확대뿐 아니라 배터리셀 기업 및 재활용 기업의 유치를 이끌어내 글로벌 배터리 중심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기회발전특구는 내년 상반기 각 시·도에서 기업을 유치해 지정이 준비된 지역에 한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정 신청을 하면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심의·의결 후 지정하는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기회발전특구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혜택을 설계하기 위해 기회발전특구 사전 조사를 최근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신소재연구센터·글로컬대학30

광양시는 이차전지와 신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이차전지 소재 등 첨단산업 분야 지역특화 인재 양성 및 ‘글로컬대학30’ 사업추진과 상호협력을 위해 순천대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광양시와 순천대는 ‘첨단신소재연구센터’를 광양에 설립하기로 하고, 이 연구센터를 시작으로 ‘광양 지산학캠퍼스’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광양시는 지역 내 고등교육기관의 부재로 기업 등 지역산업과 필요로 하는 지역인력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에 기반한 연구인력 및 교육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컬대학30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지방 30개 대학을 선정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순천대는 전남 유일의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대학으로 지정됐다. 순천대가 본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광양시는 전남도, 순천시, 고흥군, 관련 산업체 등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자체·기업 간 원활한 소통 채널 유지에도 적극적이다. 정 시장은 “이차전지 투자기업 전력공급에 대한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경영진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는 등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며 “광양시는 기업과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소 에너지 도시 도약 추진  기업에 획기적인 지원할 것”

 

“광양은 철강 산업도시에서 첨단 소재산업까지 뛰어넘어 탄소중립을 리드하는 친환경 수소에너지 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정인화(사진) 광양시장은 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광양시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 전부 개정을 통해 입지·시설보조금 및 기반시설 지원에서부터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 지원까지 획기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광양시는 최근까지 이차전지와 관련해 4조5000억원의 투자가 유치돼 1981명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향후 2조3000억원의 추가 투자유치로 381명의 고용이 예정돼 있다. 이는 민선 8기 들어 정 시장이 이차전지 산업 선도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그동안 집중해 왔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수소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광양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 시대를 열기 위해 수소의 생산·저장·이송·활용 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제철 외 업종이 들어올 수 없는 동호안 부지에 타업종이 입주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면서 산업용지 부족 문제도 해결했다.

 

정 시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방문을 통해 마침내 지난달 4일 시행령 개정이 의결됐다”며 “이로 인해 동호안에도 신산업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동호안 규제 완화 이후 투자 의향을 보이는 대표적인 기업은 바로 포스코다. 포스코는 동호안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광양과 포항에 7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 시장은 지역의 청년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주고자 순천대 글로컬대학과 기회발전특구 지정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포스코퓨처엠 등 기업과 지역인재 채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신설해 연간 500여명의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컬대학 지정으로 첨단신소재연구센터를 건립하면 관련 학과를 선설해 청년에게 더욱 질 높은 학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