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을 주제로 제작된 단편영화가 상영을 앞두고 있어 장기기증 관계자는 물론 영화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한국장기기증협회에 따르면 신예 김하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단편영화 ‘오래~오래’가 지난달 촬영을 마치고, 9일 오후 6시 부산롯데호텔에서 시연회를 갖는다.
영화 ‘오래~오래’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 재찬이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자 의사인 아버지가 장기기증을 결정하지만,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가 장기기증을 반대하면서 겪는 가족 간 불화를 다룬다. 재찬이 엄마는 꿈속에서 친정어머니로부터 “재찬이가 여러 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나눠주면 우리 곁에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정한다는 줄거리다.
초등학생 아들의 갑작스런 교통사고와 죽음을 맞은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결정하기까지 겪는 갈등과 고뇌를 잔잔하게 감동으로 그려냈다는 평이다.
제작비 2500만원이 투입된 이 단편 영화는 부산영상위원회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에 걸쳐 대부분 부산에서 촬영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병원은 부산 남구 봉생힐링병원이며, 혼신의 힘으로 연기하는 출연 배우들이 진한 감동을 전한다.
이 단편영화는 뇌사 장기기증 유족과 의료진, 자원봉사자, 후원자를 초청해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힐링의 밤’ 시간에 처음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를 제작한 김 감독은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별이 된 뇌사 기증자를 끝까지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제작한 영화”라며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장기기증협회는 이날 부산롯데호텔에서 뇌사 기증자 유가족 및 생체 장기기증자를 초청해 ‘힐링의 밤’ 행사를 갖는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한국장기기증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202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행사는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해 9명의 생명을 살리고, 별이 된 고 정철수·정안라·김채연 가족이 참석한다. 또 생면부지 타인에게 자신의 신장 1개와 간의 60%를 떼 주고 골수까지 기증해 3명을 살린 최정식 목사와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자신의 골수·신장·간을 차례대로 기증한 김영옥씨, 자신의 콩팥을 각각 기증한 정덕수·오차순 부부가 참여한다.
강치영 한국장기기증협회장은 “우리 사회가 장기기증자들의 고귀한 나눔의 사랑과 실천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 장기기증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