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공석인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지난달 6일 이균용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사법사상 35년 만에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빚어진 터라 국회는 청문회 및 임명동의안 처리 절차를 어느 때보다 서둘러야 할 것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까지 내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동시에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는 만큼 그 시급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이 전 후보자가 도덕적 흠결 등으로 낙마한 점을 감안해 이번에 국회 통과 가능성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는 27년간 각급 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한 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대법관을 지내 이미 검증을 거쳤다고 할 만하다.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로펌으로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보수적 견해를 내긴 했으나 정치적 성향이 대법원장의 결격 사유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조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는다면 공정과 중립을 의심받는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제1 과제로 삼아야 한다.
사법부에서 대법원장 공석으로 빚어지는 파행적 상황은 심각하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판례 변경 등 중요 사안을 다루는 전원합의체 재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철상 대법관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나 내년 1월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은 대법원장이 아니라 안·민 대법관 후임자 인선 과정을 밟고 있어야 한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를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다음달 중에나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대법관 2명의 인선마저 늦어진다면 대법관 4명으로 구성하는 소부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런 파행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산신고 누락 등으로 이 전 후보자의 도덕성 시비가 제기되긴 했으나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들 도덕성과 비교해 절대 불가 사유로 고집할 만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이번만큼은 야당도 사법수장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상 털기, 인신공격, 가족 문제 캐내기 같은 구태를 답습한다면 여론의 호된 질책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내달 9일 끝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