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 대 50.0%’.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를 보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특성화고 졸업생(6만2853명)의 평균 취업률은 53.3%입니다. 전년(55.5%)보다 2.2%포인트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학률이 50.0%입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취업 또는 진학일 것으로 생각했던 제 입장에선 두 통계치가 어떻게 100%가 넘을 수 있나 의아했습니다.
최근 4년간 특성화고 졸업자의 순취업률은 26.1%(2020년)∼27.1%(2022년)로 점차 낮아지는 반면 진학률은 44.3%(2020년)∼47.7%(2022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성화고에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직업계고 최우수 학생들이 몰리는 마이스터고의 올해 순취업률은 61.7%(3660명), 진학률은 7.2%(429명)이지만 일반고 직업반의 순취업률과 진학률은 13.2%(370명)와 61.8%(1736명)로 정반대 양상을 보입니다.
이들 직업계고 졸업생은 왜 취업보다 진학에 눈을 돌릴까요? 한국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임금이나 안정성, 노동강도 측면에서 불이익을 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OECD 교육지표 2022’를 보면 한국 고졸자 임금을 100%로 놨을 때 전문대 졸업자는 110.2%, 대학 졸업자는 138.3%, 대학원 졸업자는 182.3% 임금을 받습니다.
단순수치상으로 고졸자 월급이 300만원일 경우 4년제 대학 졸업자 월급은 415만원이라는 얘깁니다. 직업안정성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의 유지취업률은 6개월 후(2022년 10월1일 기준) 77.3%에서 12개월 후(2023년 4월1일 기준) 64.0%, 18개월 후(2023년 10월1일 기준) 58.9%로 파악됩니다. 임금 수준이나 미래 비전, 근무여건 등이 대학 졸업자에 비해 열악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감안했을 때 특성화고 재학생이나 학부모가 “고교만 나와서는 사람 대우 못 받는다”고 절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단법인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지난달 직업계고 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9%(중복응답)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꼭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습니다.
아울러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로는 ‘졸업 후 돈을 벌기 위해’(35.0%)가 가장 많았지만, ‘대학교 진학을 위해’(14.7%)도 상당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대입에서 서울 특성화고 출신의 4년제대 진학률은 15.4%”라며 “중학교 내신이 바닥인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는 대입 특성화고 전형을 전략적으로 선택한다”고 귀띔합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08년 ‘고졸 성공시대’, ‘선취업-후진학’을 내걸며 마이스터고 설립 등을 주도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15년간 우리의 학벌주의는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특성화고의 취업률과 진학률의 역전 현상은 아직까진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보통 수준의 임금이나 대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는 현실을 드러낸 것 같아 뒷맛이 매우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