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절친’ 정성호, 비명계의 ‘李 험지 출마’ 요구에 “낯선 데 가서 죽으라는 건가”

‘친명계 좌장’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라디오서 ‘험지 출마론’ 자체에 반대 의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권력의 중심인 이재명 대표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험지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비이재명계’ 목소리에 친명계 좌장이자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30여년간 매우 가까운 사이인 정성호 의원은 9일 “낯선 데 가서 죽으라(는 것)”는 말로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 대표 개인의 출마를 떠나 ‘험지 출마론’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 대표로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떠한 선택도 한다고 했으니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게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개 험지 출마라는 것은 사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소리”라며, “험지 출마보다도 그만두든지 용퇴하든지 길을 열어두든지 하는 게 오히려 정직한 말(얘기)”이라고 강조했다.

 

에둘러 이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느니 차라리 정직한 속마음을 드러내라는 정 의원의 지적으로 해석된다.

 

앞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기득권자 중 가장 핵심은 이재명 대표인 게 사실”이라며 “성남시장 두 번, 경기도지사 한 번, 대통령 후보 그다음에 바로 출마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지역인 성남 분당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그걸 떠나 아주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으로 출마(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이런 것까지 다해서 모든 권력을 지금 다 거머쥐고 있는, 그래서 사당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재명 대표가 먼저 험지 출마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 주변의 친명 인사들, 조정식 사무총장, 안민석 의원, 우원식 의원, 정성호 의원 이런 분들이 먼저 결단하는 게 바른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가 가장 좋은 곳에서 또다시 출마하겠다고 누가 그러면서, 비명계 3선 의원들은 어디 다른 데로 가라 이런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도 물었다. 

 

친명계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조차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총선 승리를 위한 국민의힘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언급하고,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라고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냐”며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총선에서)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지도부의 솔선수범을 촉구했다. 그는 9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서도 험지 출마를 비롯한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에 지도부가 앞장서라고 말했다.

 

당내에서의 험지 출마 촉구에 정 의원은 라디오에서 ‘반민주적’이라며 우선 선을 긋고, “국회의원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자기 의사를 대변할 대표자를 뽑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출마의 자유가 의원에게 있고 자신이 나선 곳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게 선거라며, “‘너는 어디 나가라, 어디 나가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기 의지나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요구로 등 떠밀리듯 험지로 나가는 건 선거의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정 의원은 강조했다.

 

정 의원은 ‘험지 출마’ 요구를 받는 장제원·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들의 지역구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는 “제가 알기로는 100% 확신한다”며, “내기할 수 있다”고 거듭 확신에 찬 반응을 보였다. 같은 요구를 받는 김기현 대표는 울산시장과 원내대표 등 여러 자리를 거쳐 향후 ‘더 큰 꿈’을 꿀 수 있으니 한 번은 쉬어갈 것 같다면서도, “장제원 의원이나 권성동 의원은 지역구 사수 의지가 강해서 (떠날 가능성이) 0.1%도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