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선진강군’ 걸맞은 軍 처우개선 기대

요즘 국내 기업은 인사 시즌이다. 축하와 위로 인사, 초조함과 낙담이 뒤섞여서 가슴 떨리는 계절이다. 군대 역시 7월부터 시작된 진급 시즌이 지난달 장군 진급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군대의 장군이 된다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장군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영예일 뿐 아니라 국가의 선택을 받았다는 차원에서 자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장군이 되면 100가지가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지금도 그걸 사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보이는 장군들의 처우와 복지는 기대와 너무 차이가 많다. 매년 공개되는 군인 급여를 보면, 준장이 대략 1억2000여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약간의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오히려 소득 측면에서 비슷한 경력의 대령보다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역 시 받게 되는 군인연금도 같은 기간 근무한 대령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지휘와 업무용으로 제공되던 승용차와 운전병은 일부 직위를 제외하고 없어졌다. 과거 전방 지역에서 홀로 지내는 장군들을 위해 제공하던 공관병 같은 제도들도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엄효식 군생활 소통커뮤니티 마편 대표

더 심각한 상황은 군대를 제대하고 난 이후 직면하게 된다. 소위로 임관 이후 30년 이상을 군대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사회생활 적응이 쉽지 않다. 선택받은 소수 인원이 방산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다른 인원들은 그냥 무기력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다.



물론 재취업 상황은 대령 이하 영관장교들도 다르지 않다. 대령 이상 소장 계급은 정년이 만 56세이다. 결국 56세가 되면 대부분 장군들이 사회로 나오게 되는데, 그들의 전문성과 노하우는 사회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일반 기업을 퇴직한 재취업 경쟁자들을 앞서기도 쉽지 않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군대라고 하는 공공 조직의 차이는 당연하지만, 장군의 현실에는 말하기 힘든 불편함이 많다. 군대의 부하들, 후배들이 보기에 장군이라는 직위도 영광스럽게만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 사회와 기업은 신속하게 변화했지만, 군대 내부의 여러 여건은 과거의 시간과 고정관념에 정체되었던 것이다. 극단적 표현을 한다면, 장군이라고 해서 특별히 유효한 게 별로 없는 실정이다.

군 간부의 근무 환경과 복지와 연계하여 장군들의 현실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장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지략의 선봉이 되어 헌신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정예 선진 강군’으로 가는 합리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장군들의 그러한 모습이 부하 장교들에게 푯대가 되고, 복무 의욕을 드높이는 핵심 동기가 될 것이다.

군대에서 ‘장군’이란 밤하늘에 멀리 높이 보이는 북극성 같은 존재이다. 누구나 하고 싶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가 대한민국 장군이다. 군인의 길을 천직으로 알고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성스런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장군들의 처우와 복지에도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초급간부, 중견간부, 장군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처우 개선 및 복지 혁신 프로그램이 구체화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