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파업’ 강행한 서울지하철 노조… 신규 채용 물 건너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첫날

한노총 불참해 민노총만 참여
‘사측 안’ 수용 여부 입장 갈려
협상 계속… 운행률 변동 없어
“수능 후 2차 전면 파업” 경고
내부 반발 탓 현실화 가능성↓
하반기 안전 인력 채용 보류돼
市 “이번에 악습 뿌리 뽑을 것”

서울지하철 1∼8호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노동조합이 ‘경고 파업’에 들어간 9일, 지하철 운행률이 평소의 최저 65%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다만 공사 제1, 2노조가 참여하기로 했던 이번 파업에 2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가 불참하기로 해 파업 첫날부터 동력이 약화했다.

일부 지연에 시민 불편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 경고 파업에 돌입한 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사 내에 파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공사는 이날 파업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차운행시격(배차간격)이 기존 5분에서 7분으로 늘어난다고 안내했다. 최상수 기자

이날 시민들은 혹시 모를 열차 지연에 대비해 평소보다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쯤 찾은 영등포역은 여느 날 출근 시간대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플랫폼에 설치된 전광판엔 파업으로 1·3·4호선 열차가 지연 운행된다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오전 7시30분 독산역에서 1호선에 탑승했다는 정모(33)씨는 “걱정을 조금 했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이 시작된 오전 10시 이후로는 열차 지연 등으로 불편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오후 3시쯤 길음역에서 4호선에 탄 나현지(20·여)씨는 “열차가 전전역에서 탑승역까지 오는데 10분 넘게 걸렸다”며 “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열차 안에 사람이 거의 꽉 차 있었다”고 전했다.

퇴근길 시청역의 인천행 1호선 열차 안은 다소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승객이 꽉 차 있었다. 비까지 내린 탓에 옆 사람의 젖은 우산에 얼굴을 찌푸리는 승객도 보였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안 그래도 퇴근 시간대엔 지하철 안이 붐비는데, 오늘은 열차 배차시간까지 길어져서 더 힘들다. 쓰러지는 사람이라도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는 전날 사측과 연합교섭단의 최종 교섭이 결렬된 이후 긴급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파업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파업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만 참여한다. 양 노조는 전날 사측이 최종 교섭에서 제시한 안의 수용 여부를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공사의 대규모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인력 2212명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사측은 전날 하반기 안전인력 신규채용 등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통합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자는 쪽이었다.

파업에는 불참하지만 통합노조는 “공사노조의 파업을 존중한다”고 했다. 연합교섭단에도 계속 남아서 사측과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통합노조의 파업 불참에도 지하철 운행률이 높아지거나 하진 않는다. 파업 기간 운행률은 이미 사측과 양대 노조가 맺은 필수유지협정에 따라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100%, 평일 전체(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열차 운행 포함시) 82%, 공휴일 50%로 유지된다. 평일 노선별 운행률은 1∼4호선 평균 65.7%, 5∼8호선 평균 79.8%다. 서울시는 이번 파업과 관련, 대체교통편 마련과 인력 추가 배치 등 내용을 담은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서울시청 옆 세종대로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공사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을 공식 선언했다. 명순필 공사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임금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싸우기 위해 나왔다”며 “서울시와 공사가 (전날 최종 협상에서까지) 인력 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계획을 끝내 거두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와 공사가) 현장 안전인력 공백을 우려해 최소한 올해 정년퇴직 인력(276명)이라도 채용하자는 노조의 제안도 거부해 최종 교섭이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만 하루 반 동안 시한부 경고 파업을 한다. 노조는 시와 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특별수송 이후 2차 전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고파업에 돌입한 9일 서울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첫날부터 통합노조의 불참으로 ‘반쪽 파업’이 되면서 이런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사 제3노조로, ‘MZ노조’라고 불리는 올바른노조는 양 노조 간부들의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 위반 사례 등을 지적하면서 “파업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사 익명게시판에도 “왜 파업하느냐”는 등 이번 파업의 명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 사측은 노조의 파업 강행으로 실무교섭 과정에서 작성된 합의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은 전면 보류됐다. 서울시는 이날 파업과 관련해 ‘타협 없는 원칙 대응’을 강조하면서 “이번 기회에 오랜 기간 이어져온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