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관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신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인상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은행권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한순간에 은행은 국민의 공적으로 변했다. 은행이 상생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관치 금융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심지어는 위헌적 횡재세가 신설될 태세다. 이 와중에 은행은 잘못이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이러한 하소연은 오랜 세월 관치 금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하소연도 못 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은행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 임직원 평균 연봉이 억대를 넘는 것을 경영 혁신의 결과라고 인정하는 국민은 없다. 신용등급 평가 방식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은행과 비은행의 경계를 짓는 장벽을 만든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도 소득이 없으면, 1등급 받기는 어렵다. 고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분홍글씨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소득이 적은 사람도 순자산이 많다면 신용 평가 점수가 좋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는 대출액이 결정되기 전에 신용등급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금융 기관이 결정된다. 이러한 신용등급 체제로 은행은 소위 ‘가두리 양식장’을 갖게 된다. 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사람들은 비은행으로 갈 수 없다. 시중은행은 현행 체제에서 가장 좋은 고객을 갖게 된다. 은행은 비용이 증가하면 피할 곳 없는 고객에게 이를 전가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대비 9조7000억원 증가한 53조원으로 이자수익의 증가액이 이자비용의 증가액보다 컸다.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는데 이익이 증가하는 시장은 경쟁적인 시장일 수 없다.
시중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게 된다. 경쟁이 제한된 과점시장에서 은행은 좋은 고객만을 선별해서 영업함으로써 이익을 늘렸다.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도 증가하여, 은행은 불안한 금융 시장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금융시장이 불안했던 2022년 4분기에 은행의 명목순이자마진은 전년 동기 1.52에서 1.72로 증가했고, 올해 2분기에는 1.77로 증가했다.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면 자금조달비용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