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대통령 비판하려면 당을 나가서 얘기해라(는 말이 있다)”라며 “그게 무슨 당인가, 난 그런 정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 TBC 뉴스에 출연해 “지금 정치권에서는 조금만 주류와 다른 이야기를 하면, ‘너 나가서 얘기해라’ 이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신당 창당 가능성 관련 진행자의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뜻을 같이 한다면 모두 함께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전 대표는 “보수가 보수 이념을 내세워서 지난 1년 반 동안 무슨 국민 삶의 문제를 접근했나”라며 “홍범도 장군 흉상을 어떻게 옮기느냐를 갖고 시간 낭비하고, 이번에도 ‘메가 서울’이니 하면서 평가도 안 좋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상당히 말초적이자 단편적인 것들을 건드리지만 이는 ‘보수 이념’에 근거한 것도 아니라면서, “자유라는 이념을 내세웠는데 정치적 자유, 발언할 자유를 보장했나”라고 이 전 대표는 물었다. 보수와 연관성 없는 이념을 끄집어내는 국민의힘과 이에 휘말려 정쟁에 바쁜 더불어민주당 전체를 겨냥한 듯, “보수와 진보는 다 오염됐다”며 “(나는) 논쟁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대적으로 양당이 과제를 풀지 못하고 생각한다”고 이 전 대표는 짚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양 후보가 대장동 갖고 ‘네 탓 내 탓’ 한 거 외에 기억나는 게 뭐가 있나”라며 “대구시민들과 경북도민의 많은 성원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저 같은 여당 정치인조차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하기 어렵고, 통일정책이 뭐냐고 물어봐도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교육정책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사교육 때려잡기’ 정도로만 정리가 된다며, “양당이 대한민국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나서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 아니겠나”라고 이 전 대표는 물었다. 그리고는 “AI(인공지능)가 활성화되면 우리 직업은 어떻게 되는가, 저출산으로 축소사회가 진행된다면 어떻게 되는가에 젊은 세대는 불안감이 많다”며 “매번 정치권은 상대가 더 나쁜 사람이라는 것만 증명하려 하고,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가 나쁜 사람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나쁜 사람인지 지를 증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과정에서 ‘윤핵관’이나 주변 간신배들이 어떤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인요한 위원장을 내세워서 ‘윤핵관들 물러나주지 않겠습니까’ 이게 무슨 구국을 위한 결단이라고 시간을 끌고 있나”라며 “단칼에 쳐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를 말하는 ‘윤핵관’을 향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 등을 요구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끌어온 것으로, 먼저 나서서 끊어내라는 이 전 대표의 요구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이자 원내대표 출신인 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자신은 대구를 떠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40년째 미국 상원의원을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지역구를 옮겼나”라고 물으면서 “우리나라만 이상한 발상을 한다”고 혁신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주 의원의 발언에 내년 총선에서의 대구 지역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를 두고 “주호영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기여한 게 뭐가 있나”라며 “이준석 쳐내고, 유승민 쳐내고, 나경원 쳐내고, 안철수 쳐내고, 홍준표를 쳐내더니 이제는 주호영까지 쳐내라고 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내부 총질’이라고 부각했다. 그는 같은 날 동대구역 도착 후 만난 기자들에게도 ‘환자는 서울에 있다’면서, 주 의원을 혁신 대상으로 삼은 혁신위가 환자를 잘못 찾았다고 지적했었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 시도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혁신은 가죽을 벗긴다는 얘기이고, 쇄신은 뼈를 깎을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혁신위가) 하는 건 쇄신이 아니라 ‘세신(洗身)’”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때를 밀고 있다”며 “이 속도로 가서는 21세기 안에 혁신위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전 대표는 동대구역 도착 후,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고 기자들 앞에서 떠올리기도 했다. 제15대 총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신한국당이 대구 전체 13개 의석 중 2석을 확보하는데 그친 반면 자민련이 8석을 석권한 일을 말한다. 자리에서 “60대, 70대가 돼서 윤석열 정부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30대, 40대 때 했던 선택”이라며 “다시 한번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말을 끌어오듯 그는 방송에서도 “(대구가) 다른 지역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래야 보수가 살아나고 결국에는 정치가 새로워진다면서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있을 때 노원병이라는 험지에 도전하는 역할을 했다면, 신당을 한다고 했을 때는 대구에서 승부를 보는 게 가장 어려운 선택이 아닐까”라면서도 “절대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갈 계획이 없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박근혜 키즈’라는 별칭을 단 제가 정치 개혁을 이뤄내고 성공하고 나중에 찾아뵀을 때, 저도 당당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라며 아직은 때가 오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