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미래도시로 도약하는 부산의 꿈이 성사되느냐 여부가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판가름난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모인 181개국 회원국 대표를 대상으로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의 로마 등 3개 도시의 최종 설명회에 이어서 투표가 실시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를 빼고 결선투표를 실시해 개최 도시를 결정한다. 지난 1년6개월간 치열하게 벌인 총성 없는 전쟁의 결과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현재 판세는 중반전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로마는 일찌감치 뒷전으로 밀려 사실상 부산과 리야드의 2파전이었는데, 최근까지 부산이 리야드에 밀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2029동계아시안게임과 2034월드컵을 유치하면서 “국제대회를 독식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도 사우디에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를 잘 활용해 국제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려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접촉해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24일 파리에 1박2일 머물면서 표밭갈이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파리BIE총회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직접 활동을 펼친 지 5개월 만의 재방문이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그제 파리평화포럼이 열리는 파리에서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총리 등과 접촉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오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베냉과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은 국제행사 개최 경험과 외국인 접근성, 기후조건, 기반시설 등에서 리야드에 비해 우위에 있어 국민적 염원만 모은다면 대역전극을 노려볼 수 있다. 2020년 두바이엑스포는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방문객 2400만명을 기록했고, 2025년 오사카·간사이엑스포를 개최하는 일본은 관람객 2800만명을 목표로 세웠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통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