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재점령’ 속내 드러낸 네타냐후에 ‘레드라인’ 그은 미국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불가 등 4개 원칙
네타냐후 “PA에 못 맡긴다…군 주둔도 가능”
지지율 밀리는 바이든 말 들을까…파열음↑

전쟁 후에도 가자지구를 통제하려는 뜻을 공식화한 이스라엘에 미국이 ‘레드라인’을 강조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힘이 빠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권고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게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 방송의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미래상과 관련한 미 정부의 기본원칙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구체적인 내용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가자지구 주민의 가자지구 외부로의 이주 등)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의 ‘영역(territory) 축소’ 불가 등 4가지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서안(요르단강 서안)과 가자가 팔레스타인인의 리더십 아래에서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현재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 중인 PA가 두 영토를 모두 통치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미국이 밝힌 4개 원칙은 PA에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면서 전후에도 이 지역에 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을 언급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견제의 메시지로 읽힌다.

 

하마스와 충돌 초기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가자지구 재점령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일 “가자지구의 전반적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말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그는 이어 10일 남부 가자지구 접경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연 간담회에서 “하마스 격퇴 후에도 가자지구는 IDF의 통제하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음날 연설에서도 “PA가 가자지구를 넘겨받으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그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뉴시스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NBC와 CNN 등 미국 방송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PA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다”면서 전후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different authority)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뒤 이곳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몰아내는 인종청소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보부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난민촌을 세워 피란민들을 수용하도록 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이 천명한 4개 원칙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와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불가는 이런 움직임이 더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정부의 레드라인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네타냐후 총리가 내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에 베팅한 채 마이웨이를 고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동맹 미국과 엇박자를 지속할 경우 향후 중동 정세는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총력(full force)을 다해’ 전투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