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핵심원자재법(CRMA)’을 사실상 채택했다.
EU는 13일(현지시간) CRMA가 사실상 마지막 입법 관문인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 행정부격인 EU 집행위 간 3자 협상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3자 협상은 EU 입법의 가장 중요한 절차로, 이날 타결에 따라 남은 형식적 절차인 이사회, 유럽의회 각각의 승인을 거치면 시행이 확정된다.
CRMA은 2030년까지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역내 제조역량 강화,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규정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EU는 역내 채굴 목표치를 10%, 가공·처리 40%, 재활용비율은 25%로 잠정 합의했다. 재활용 비율이 집행위가 초안에서 제안한 15%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상향 합의된 것이다.
갈륨, 마그네슘에 이어 흑연 등 반도체와 전자제품 제조에 중요한 금속에 대한 수출 규제로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법이 시행되면 목표치에 이르기 위한 인프라 확대, 자금 지원 등 후속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재활용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EU에서 판매되는 제품 원자재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추후 재활용 비율 정보공개에 이어 재활용까지 의무화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타결안에는 특별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 ‘전략 원자재’에 집행위 초안에 없던 알루미늄이 추가돼 총 17개로 확대됐다. 전략원자재는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항공우주, 방위 기술 등 핵심 산업분야에 사용되는 원자재 중 수요와 공급망 차질 위험 등을 고려해 설정한 것으로, 별도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EU는 이미 전략 원자재로 분류된 천연 흑연 외에 향후 ‘합성 흑연’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략 원자재를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3자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 “(CRMA는)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과 전략적 산업을 위한 필수 입력에 대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접근을 위한 게임 체인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