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소장 “가석방 없는 종신형, 고문이라는 의견도…각국이 유연하게 대처”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CC)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재판소장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고문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판사로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희망을 없게 만드는 환경 자체가 심한 처벌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재판소장이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경민 기자

다만 그는 “특정한 시각이 옳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공통적인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각 국가별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사형제 존속에 대해서도 “유럽에서는 사형이 금지되고 있고 ICC에도 사형제가 없지만, ICC 가입 당사국이 사형제를 금지하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했다.

 

러시아가 자신을 지명수배 명단에 올린 것은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지명수배와 관계없이 재판관으로서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ICC 재판관 3분의 1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린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지명수배를 내린) 상황인 만큼 재판관들이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는 재판관으로서 국가의 위협이나 불법 행위에 대해 맡은 바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국제형사재판소(ICC)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재판소장을 지명수배 명단에 올렸다. 이는 ICC가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어린이 권리 담당 대통령 전권대표에 대해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납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전날 개최된 ‘ICC-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 행사가 이어졌다. 이 행사는 ICC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 채택 25주년을 맞아 로마 규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고 당사국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태 지역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아·태 지역 국가들이 로마 규정 비준을 통해 ICC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국제적) 체계가 만들어졌을 때 그 체계에 속해서 발언권을 누리고 전 세계적인 국제 형사법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각 국은) ICC에 참여함으로써 중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고,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