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감자의 가석방 심사 요건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최근 무차별 흉기 난동이나 스토킹 살인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재범 가능성이 큰 흉악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20년이면 가석방이 가능한 현 체계는 문제가 있다”는 찬성 의견과 “가석방 심사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서 흉악범죄자의 범죄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맞선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전날 무기징역 가석방 요건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안에 대한 고민 끝에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가석방된 범죄자가 가석방 기간 동안은 전자장치를 부착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법조계에선 찬반 의견이 갈린다. 찬성 측은 현행 법체계에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20년이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이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석방 요건을 20년에서 30년으로 강화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도 20년 정도 되면 가석방으로 나가고, 심지어 가석방까지 잘 되고 있는 현실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법원이 형을 엄정하게 선고해야 하고 가석방 역시 더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흉악범에 대해선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가석방 불허’를 내리면 되는 문제인데,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가석방 요건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기징역이라는 것은 인간의 일생 전체를 국가가 통제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라는 게 세계적인 기준”이라며 “무기징역은 되도록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가석방 심사 요건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린다 해도 흉악범죄자에게는 어떤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20년이 지나도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효과만 생긴다”고 했다.
또 한 교수는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에 대해선)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제대로 심사해서 가석방을 안 시켜주면 된다”며 “간단한 논리를 복잡하게 풀어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석방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범죄자 개별 상황에 맞게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평균수명이 길어졌다는 점에서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며 “공공의 안전이 형사정책의 가장 핵심 가치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획일적으로 기간을 정해놓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50살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30년 후인 80살이 되면 재범 확률이 희박하지 않느냐”며 “형벌의 개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