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거듭되는 ‘불출마 압박’에 김기현 대표가 “리더십을 흔들지 말라”는 취지로 경고하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번에는 ‘윤석열 카드’를 빼 들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있었다며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에 고강도 압박을 가한 것이다.
친윤 의원들은 이에 “대통령실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인 위원장이 메시지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한 의구심도 있다. 그러나 여권에 인 위원장이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업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용퇴로 총선 승리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대통령실과 친윤 세력 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요한 ‘윤심’ 주장에 친윤 반발
◆궁지 몰린 ‘김장연대’… 비대위설
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이를 윤 대통령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등 윤핵관 세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윤핵관들이 내부 권력 다툼 속에 분화한 와중에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이후 대통령실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윤핵관들로 지목된 사람들의 상호 간의 비위가 조금씩 폭로되고 있다”며 “인 위원장을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서포트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윤핵관이 저항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주 시한 내에 김 대표는 쫓겨난다고 본다”며 ‘한동훈 비대위’ 가능성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대통령실이 윤핵관과 선을 긋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혁신위 조기 해산 가능성이 언급되자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내다보는 기류가 커지는 분위기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그것(혁신위 조기 해산)밖에 없지 않나”라며 ‘조기 해산설’을 재점화했다.
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 입장에서는 혁신위가 자발적으로 임기 종료하면 대표직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권이 김 대표에게 있는 만큼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시각도 있다.
◆주류서도 “혁신위에 호응해야”
김 대표는 자신의 관할 기구인 총선기획단·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총선 지휘 역량을 보이겠다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용퇴 압박을 돌파하고 혁신위 임기 종료 후인 연말이나 내년 초쯤 불출마 선언 등 거취 표명을 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달 중 인재 영입이 있을 것이고 ‘김포 서울 편입’ 2탄 정책도 나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달 말, 다음 달 초쯤 당무 감사에 따른 공천 컷오프가 시작되면 혁신위는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 것”이라고 했다.
한 친윤 의원도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하려면 새로운 인재를 많이 모셔와야 해 인재영입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힘을 실었다. 이날 김재원 전 최고위원 사퇴에 따른 보궐 선거 후보로 대구·경북(TK) 재선 김석기 의원만 등록한 것을 두고 김 대표가 체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당 주류 내에서도 김 대표와 친윤 핵심 의원들이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당을 혁신하고 22대 총선에서 이겨야겠다는 많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왜 모르시겠나”라며 장 의원을 향해선 “SNS에 (세 과시를 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조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을 이길 수 있는 정치인은 없는데 현재 여론은 혁신위 활동에 호의적인 것 같다”며 “다음 달 초쯤에는 (친윤·중진에서) 뭐든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