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제도 개혁 방안으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올해 42.5%·2028년 40%)을 50%까지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15%로 높이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 조정에 따른 여론 반발을 우려한 정부와 정치권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자문위는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15일 국회 연금특위에 따르면 김연명·김용하 공동자문위원장은 이런 내용의 연금 제도 조정 방안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16일 열리는 연금특위 전체 회의에 보고한다. 2기 자문위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논의한 결과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활동한 1기 자문위는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지 않고 각 위원이 제시한 조정 방안을 나열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최종보고서에는 국민연금 소득보장강화 방안과 재정안정화 방안 두 가지가 담겼다.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방안과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어떤 방안을 택하든 보험료율은 13%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보고서는 “소득보장을 강화하자는 입장에서는 공적연금 장기적 재정부담이 부담 가능한 수준에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의 정책목표(노후소득보장)에 충실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안정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을 감안해 보험료율(최소 12%~15%)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구조개혁에 앞서 모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구조개혁 큰 틀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수개혁 우선 추진으로 연금 개혁의 지속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여론 반발을 의식해 모수개혁 관련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퇴직연금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특수직역연금 통합 등을 다룬다. 모수개혁은 돈을 얼마나 내고, 언제, 얼마나 받을지 수치를 정한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얽힌 구조개혁을 빠르게 추진하기 어렵고, 기준(공적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없이 다른 연금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자문위는 연금 수급개시연령(올해 63세·2033년 65세)에 대해 상향이 필요하나 “현재의 소득공백기간을 고려하면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고령층 노동시장 개선,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의무가입상한연령(59세)에 대해서도 “노동계에서 논의되는 정년연장 혹은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과 같은 선상에서 순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초연금에 대해선 앞으로 노령층 소득 수준이 개선될 것을 고려해 수급대상자를 줄여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보고서는 위원들 추인을 거친 합의안은 아니다. 두 공동위원장이 2기 활동 기간 위원들이 발제한 자료와 논의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보고서다. 합의안은 아니더라도 위원들은 “두 가지 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시된 수치를 기준으로 국회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문위가 연금개혁안을 두 가지로 좁히면서 정부의 ‘맹탕 개혁안’으로 한풀 꺾인 연금개혁 동력이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 없이 개혁 방향성만 담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 12∼18%로 인상 △소득대체율 45%, 50%로 상향 △수급개시연령 66∼68세로 조정 △기금운용수익률 0.5%포인트, 1%포인트 상향 방안을 조합한 24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연금특위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자문위 최종보고서와 정부의 계획안을 보고받고 이달 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