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가을
어머니가 가평에 터를 잡은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넓은 텃밭이 있는 어머니가 젊은 시절 청춘을 바친 보상인 듯 가평 집을 아끼고 가꾸시는 그 모습이 참 정겹다. 처음 배나무가 심어져 있던 텃밭은 어머니의 취향에 맞춰 배추, 깻잎, 고추밭으로 바뀌었다. 3년을 키워야 하는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하던 날, 기쁨에 가득 찬 어머니의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나 요리하는 도중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하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띠어진다.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두부전골과 잣두부
송원은 두부 요리가 일품인 곳이다. 가평의 잣을 넣은 모두부는 큼지막하게 잘라 나오는데 간장을 찍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한입, 간장을 조금 찍어 또 한입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곁들여 나온 삼겹살 보쌈은 약재에 삶은 듯 은은한 향이 맴돌고 먹음직한 색을 띠고 있다. 주 요리인 두부들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만 나오는 양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의 완성도가 느껴지는 맛이다. 보리밥에 넣어 먹을 야채들은 정갈하게 담아져 나와 테이블을 가득 채운 느낌이 난다. 보리밥에 강된장과 약간의 참기름을 넣고 비벼 준 후 아직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순두부를 조금 섞어 넣으면 비빔밥의 깊은 맛이 극대화되는 느낌이다.
송원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고소하며 담백하다, 이곳의 음식을 먹고 있자면 담백함이 가지는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함은 질리지 않게 끝도 없이 들어간다. 맵거나 짜고 단 음식은 쉽게 물리기도 하지만 담백함은 그러지 않다고 본다. 다만 담백함은 혀끝에 오는 첫 즐거움이 다른 미(美)보다 적기에 맛이 덜하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보리밥을 먹고 있자면 이내 버섯 전골이 끓기 시작한다. 두부버섯전골에도 가을이 가득하다. 큼지막한 두부가 바닥에 깔려 있는데 접시에 따로 나온 모두부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버섯 국물을 가득 머금은 잣두부의 부드러움은 배가 부른 와중에도 끝까지 수저를 놓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가평의 잣
잣은 잣송이 안에 든 하얀 씨알로 견과류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담백함까지 가지고 있는 식재료다. 잣은 옛날부터 귀한 식재료로 취급을 받았다. 한국이 원산지인 잣나무는 삼국시대 때 이미 중국으로 수출을 하며 신라송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가평 잣이 유명한 이유는 가평군의 전체 산림 면적 중 잣나무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대가 높아 잣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적고 채취하기가 어렵기에 잣은 가격이 비싼 편이다. 잣을 채취하는 일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기에 예전에는 원숭이를 훈련시키기도 하고 헬기의 바람을 이용해 잣 열매를 떨어뜨렸다고 한다. 잣은 주로 요리에 고명으로 사용한다. 잣을 갈아 죽에 넣기도 하고 콩국수의 콩국물에 함께 갈아 고소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두부 튀김과 간장 드레싱
<재료>
두부 200g, 전분가루 50g, 물 30g, 소금 some, 간장 50ml, 샐러드유 100ml, 식초15ml, 튀김 기름 넉넉히, 참깨 some
〈만들기〉
① 전분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물을 준비한다. ② 두부는 손질 후 소금을 뿌리고 수분을 제거해 준다. ③ 전분물을 입혀 노릇하게 튀겨 준 뒤 참깨를 뿌려준다. ④ 간장과 샐러드유 식초, 설탕을 섞어 드레싱을 만들고 튀김에 곁들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