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꾸준히 오른 분양가의 영향으로 청약 실수요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1순위 기준)은 14.3대 1로 집계됐다. 전월(10.0대 1)보다는 경쟁률이 소폭 올랐지만, 청약미달률은 오히려 10.8%에서 13.7%로 올랐다.
서울의 경우 평균 청약경쟁률이 9월 77.0대 1에서 지난달 24.8대 1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강동구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이 86.0대1,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16.9대 1을 기록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경기 부천·양주·군포시의 분양 단지들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그간 분양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수도권 소재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 단지 상당수가 지난달에는 0점대 경쟁률에 머물며 고배를 마셨다.
지방에서는 강원 춘천시 ‘더샵 소양스타리버’가 31.4대 1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강원 강릉시 ‘강릉 오션시티 아이파크’와 대전 ‘관저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1단지’도 각각 17.4대 1, 10.1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직방은 “그동안 보장됐던 수도권 대형 건설사, 대단지의 청약 성공 공식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민감도가 더 커지면서 분양가 경쟁력이 청약 결과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아파트 분양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어느새 서울의 1㎡당 평균 분양가가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아파트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3215만52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기준으로는 3.3㎡당 1681만200원으로, 1년 새 11.66% 올랐다.
앞으로 공급되는 단지들도 당분간 고분양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연말 분양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이 입지와 분양가 등의 조건을 까다롭게 따져 보는 ‘옥석 가리기’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기존 주택 매물이나 경매 물건과 가격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경쟁력이 있는 곳은 수요가 더 몰리고, 그렇지 못한 단지는 저조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