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

대러 제재안에 LPG와 함께 포함
제3국서 연마 거친 뒤 유통 땐
원산지 추적 어려워 실효성 의문

유럽연합(EU)이 그동안 미뤄오던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에 대한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5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AP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12차 대러 제재 초안에 내년 1월1일부터 러시아로부터 다이아몬드 직접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금지 방안 등과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 대사들은 집행위가 제안한 제재 초안을 17일 논의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달 중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제재 여부가 확정된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이후 11차례에 걸쳐 러시아산 상품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왔다. 제재 대상은 석탄, 가스, 금 등 지하자원은 물론 보드카와 캐비아 등 특산물에까지 이른다.



다이아몬드도 꾸준히 제재 후보로 거론돼왔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 소재한 수백개 광산에서 러시아가 생산하는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량은 전 세계 공급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중 90% 이상이 국영기업 알로사에서 생산돼 다이아몬드 판매금이 바로 러시아의 전쟁 자금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에 대한 제재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EU 핵심 국가 중 하나인 벨기에가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의 상당 부분은 다이아몬드 원석의 86%, 가공된 다이아몬드의 50%가 유통되는 세계 다이아몬드 유통의 중심지 벨기에 앤트워프를 거쳐 세계로 팔려나간다.

러시아산 다이아몬드를 제재해야 한다는 꾸준한 요구에 벨기에가 합의하며 이번 제재가 이루어졌다.

다만, 제재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이아몬드 원석의 경우 원산지 표기 없이 유통되고, 다른 지역 다이아몬드와 섞여 혼합 원산지로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다이아몬드가 제3국에서 연마를 거친 뒤 유통되면 원산지를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워져 금지 조치를 시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EU는 이번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제재와 함께 제3국에서 가공된 러시아산 보석 수입을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추적성 메커니즘’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마저도 다이아몬드를 연마·가공해 재수출하는 인도 등의 협조가 있어야 해 실효성 있는 제재에는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