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금융 당국이 16일 발표한 공매도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조건을 동일하게 했다는 점에 있다. 당초 금융 당국은 기관의 특수성을 들어 조건 차이를 인정해 달라고 했으나 결국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력을 이기지는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의 당정협의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보고 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개인과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일치시킨다는 점에 있다. 증권사를 통한 개인의 공매도 거래를 ‘대주거래’, 기관이나 외국인, 전문투자자 자격을 가진 개인이 직접 공매도 거래를 하는 경우를 ‘대차거래’라고 하는데 그동안 대차거래에서의 공매도 조건이 대주거래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일었다. 금융 당국은 개인과 기관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 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개인의 담보는 현금이고, 기관투자자들은 대개 주식인데 ‘헤어컷’(가치 재조정)을 하기 때문에 실제 담보비율은 140%까지 넘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개선안에서 대차거래와 대주거래의 담보비율은 현금의 경우에 한해 105%로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현금 담보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둘 사이의 차이를 없앤 것이다. 담보는 주식의 경우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현재와 같은 120%를 유지하도록 했다. 상환 기간 역시 똑같게 했다.
금융 당국이 이날 발표한 개선안 중 다른 핵심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뜻이다. 증권사는 의무화 대상 기관의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하고,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기준 및 확인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컸던 실시간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실무 담당이나 한국거래소, 금감원 등이 관련 전산시스템이 어떻게 될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강하게 요구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금지는 이번 개선안에 담기지 않았다. 시장 내 유동성 공급이라는 장점을 무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금지 대책이 담기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맞추는 것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마다 신용도가 다른데 이걸 국가적으로 만기를 정하는 것은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며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근거가 없고 근래 공매도 금지 조치도 시장의 혼란만 가중하지 체질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보다 낮게 유지됐던 국내증시 변동성 지수가 10월 초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불필요한 변동성이 야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에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당국에서 계획하고 있는 개선안 마련과 정상화(재개)가 (주식시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