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간 갈등이 증폭돼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어제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인 위원장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암시하면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들의 ‘용퇴’를 거듭 압박하자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다. 혁신위가 직·간접적으로 요구 중인 김 대표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서도 “당대표의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제원 의원 등 친윤 핵심 및 영남 중진들이 혁신위 권고안에 반발하는 가운데 김 대표까지 가세하며 혁신위 활동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김 대표와 친윤 의원들은 “대통령과도 거침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혁신위가 ‘윤심’을 끌어들인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3월 전당대회 때 누구보다 ‘윤심’을 앞세웠던 김 대표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윤심’을 언급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윤심’ 공방은 혁신위의 추진 동력을 강화하고 당이 활로를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와서 혁신위를 견제하면 김 대표는 명분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