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체적 수치 담긴 연금개혁안 제출, 국회 단일안 합의해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어제 보험료율을 4∼6%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개혁안을 연금특위에 제출했다. 현행 9%·40%인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각각 13%·50%로 올리는 1안과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낮춰질 40%(현재 42.5%)를 유지하는 안 등 두 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제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빠져 있던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수치가 담겼다. 다른 연금과 연계·통합하는 ‘구조개혁’보다 기금 고갈을 늦추는 ‘모수개혁’에 방점이 직혔다. 기존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제시한 24개 시나리오를 두 가지로 좁힌 점에서 진전된 안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높이자는 소득보장강화론자 입장과 보험료율 인상이 먼저라는 재정안정론자 입장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이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안대로라면 당장은 기금 고갈 시기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은 1안은 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2062년으로, 2안은 2071년으로 각각 7년, 16년 정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반길 리 없다는 점에서 1안이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연금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과 비교할 때 소득대체율은 40%대로 비슷하지만 보험료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개혁이 늦어지면 재정 고갈이 불가피하고 미래 세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주호영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이 어제 정부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포함한 모수개혁안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공론화를 위해서라도 백지상태가 아닌 일정한 틀을 잡아 줘야 한다는 취지다. 맞는 말이다.

국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 지난해부터 연금개혁을 외치던 국회가 올해 4월 개혁안이라고 내놓은 게 고작 ‘구조개혁’을 요구하며 공을 정부로 넘긴 것뿐이다. ‘모수개혁’이 차선책일 수도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국민들의 반발 우려 등 정치적 부담 측면에서 보면 여야 모두 동일한 조건이다. 선거 표심을 의식해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연금개혁은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 연금개혁은 세대별·계층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단일안을 내는 게 중요하다. 연금개혁의 당위성은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핑퐁게임’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