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전반 답답한 경기 전반 조규성 선제골 시작으로 황희찬·손흥민·황의조 릴레이골 이강인 쐐기골까지… 5-0 승리 21일 중국과 원정 예선 2차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월 출항 이후 첫 5경기(3무 2패)에서 승리하지 못해 회의적인 시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리(1-0)를 거둔 뒤 지난달 튀니지전(4-0)과 베트남전(6-0)에서 자신했던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3연승을 수확,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친선전을 치르던 클린스만호를 기다린 일정은 바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아시아 2차 예선. 그 첫 번째 경기는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5위의 싱가포르였다. 24위인 한국보다 131계단 아래인 싱가포르는 약체로 꼽혔다. 역대 전적도 21승3무2패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그래서 16일 홈에서 펼쳐지는 싱가포르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몇 골을 넣는가’가 주목을 받을 정도였다. ‘캡틴’ 손흥민(토트넘)도 “쉬운 팀은 없다”면서도 “대표팀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 모두 자신감이 올라왔다”고 화끈한 축구를 예고했다.
한국이 싱가포르의 ‘텐 백(전원 수비)’을 뚫고 골 폭죽을 터뜨리며 북중미 월드컵으로 가는 첫걸음을 기분 좋게 밟았다. 대표팀은 이날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5-0으로 대승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최정예 멤버를 선발로 투입하며 골잔치를 예고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축구 천재’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 무대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을 내세웠다. 최근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계속 풀타임을 뛴 ‘괴물 수비수’ 김민재도 선발로 나서 후방을 지켰다.
전반에는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전반 23분 조규성의 헤더 패스를 받은 이재성(마인츠)이 침착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전반 33분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조규성이 때린 오른발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기다리던 선제골은 전반 막판 나왔다. 전반 44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공중에 띄운 침투 패스를 조규성이 왼발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뽑았다. 조규성의 A매치 8호골. 이강인과 조규성은 지난해 겨울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와의 2차전에서 만회골을 합작한 ‘찰떡 호흡’을 이번에도 자랑했다.
1-0으로 앞선 채 후반을 맞이한 한국은 본격적으로 골사냥에 나섰다. 후반 4분 이강인이 개인기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하던 조규성에게 전했고, 조규성이 올린 크로스를 황희찬이 헤더로 2-0 달아나는 득점을 완성했다. 조규성은 이날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17분엔 주장 손흥민이 페널티아크 밖에서 왼발 중거리 감아차기 슛으로 3-0 쐐기골을 넣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한국은 후반 22분 교체로 들어간 황의조(노리치 시티)가 페널티킥 득점을 넣었다. 이미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친구에게 양보하는 훈훈한 모습도 연출했다. 이날 경기 내내 맹활약하던 이강인은 기어이 득점까지 성공했다. 후반 40분 이강인은 페널티 아크 밖에서 ‘황금 왼발’로 호쾌한 중거리슛을 때려 5-0을 만들었고,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대승으로 끝났다. 6만4381명의 홈팬은 한국의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추위를 잊었다. 이날 최우수 선수(MOM)는 2-0으로 달아나는 득점을 넣은 황희찬이 선정됐다.
이로써 한국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15골을 퍼붓는 화력을 자랑했다. 지난달 튀니지전과 베트남전에서 각각 2골, 1골 1도움씩 기록한 이강인은 이날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클린스만호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또 김민재가 버티는 수비진도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견고함을 보였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이제 21일 중국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중국, 싱가포르, 태국과 함께 C조에 속했다. 중국전을 마친 뒤 클린스만호는 내년 초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63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