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로버트 허 특검, 기밀 유출 혐의 바이든 불기소 결정”…트럼프 측 ‘이중잣대’ 반발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 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한국계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이 사건에 연루된 누구도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방송이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16일(현지시간) 허 특검이 연내 완성을 목표로 지난 1년간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는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특검팀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기밀 자료를 다룬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드사이드=AFP연합뉴스

앞서 CNN은 특검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기소 가능성이 희박하며 대배심 활동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무작위로 선발된 20여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제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조사가 형사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2일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들이 우크라이나, 이란, 영국 관련 정보보고 등 10건의 기밀이 포함된 문서 더미를 ‘펜(펜실베이니아대) 바이든 외교·글로벌 참여센터’를 정리하던 중 발견해 자발적으로 국립문서보관소(NARA)로 이관한 점, 이후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바이든 대통령 사저 등을 수색해 기밀 문서를 추가 발견하는 과정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이 고려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취임 이래 230년간 이어진 ‘대통령은 재임 중 기소되지 않는다’는 관행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은 행정 최고 책임자가 수사선상에 오르면 “헌법상 부여된 직무 수행에 심각한 방해”가 된다는 전제 하에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NARA에 이관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사무실, 사저 등에서 발견된 기밀은 그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할 때와 상원의원 재직 시절 작성된 것들이다.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지난 1월 임명된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을 포함해 약 100명의 가족, 측근, 동료를 신문했다. 바이든의 상원의원, 부통령 시절 보좌관이었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고 WSJ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8, 9일 이틀에 걸쳐 백악관에서 자발적으로 허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허 특검과 백악관, 헌터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 법무팀은 이와 관련한 WSJ의 확인 및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허 특검은 1973년 뉴욕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 학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을 거쳐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공화당원인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법무부 수석차관보와 메릴랜드주 연방 검사장을 지냈다. 이번 사건 특검으로 임명되고 나서는 “공명정대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판단으로 수사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관계자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사실이라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로부터 형평성을 문제 삼는 맹렬한 비난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백악관 기밀문서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 사저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연방 피고인이 된 첫 전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쓴 상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퇴임 후 NARA의 문서 이관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기밀을 찾기 위한 FBI의 노력을 방해했다는 점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 측 태도와는 차이점이 많다고 CNN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