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연고지만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내년 총선에서의 ‘험지 출마’ 요구받는 이재명 대표를 같은 선상에 놓는 비교에 한병도 의원이 17일 서로 상황이 다르다는 취지로 고개를 저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호남이 연고인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이기고, 총선도 이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데 그런 선택은 이재명 대표에게 어려운가’라는 진행자 질문을 받고, “(이낙연 전 대표는) 본인 지역구에서의 여론조사나 분위기 등을 판단하며 다닐 수 있는 여력이 생겼던 것”이라고 우선 답했다.
반면에 이 대표 출마가 요구되는 경북 안동은 민주당에 사실상 험지 아니냐며, “(이 대표) 지지율이 낮게 나오면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지지를 요청하는 다른 후보군을 지원할 여건이 아마 전혀 안될 것”이라고 한 의원은 덧붙였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지내고 6년 만에 당으로 돌아온 이 전 대표의 ‘종로 당선’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총 180석을 차지한 ‘슈퍼 여당’ 탄생을 더해 진행자가 ‘두 마리 토끼’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9년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차기 국무총리 후보 지명으로 ‘무주공산’인 종로에 총선 역할이 기대되는 이 전 대표가 향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때 당 내외 상황과 이 대표의 경북 안동 출마를 촉구하는 지금 목소리를 비교할 수 없다는 한 의원 주장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유력 ‘잠룡’으로 분류된 이 전 대표가 종로 승리를 발판으로 향후 대권 행보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조차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에 ‘그런 흐름에 내가 놓였다’고 운명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뉘앙스로 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21대 총선 서울 종로구에서 무효표(1201표)를 제외한 총투표수 9만4038표 중 총 5만4902표를 얻어 득표율 58.38%를 기록,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득표 3만7594표·득표율 39.97%)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이 전 대표의 종로 입성 흐름을 자연스럽게 했던 2019~2020년과 내년 총선을 앞둔 이 전 대표의 현재는 결이 다르다는 게 한 의원 생각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안동으로 출마하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만큼 지역 민심 잡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에 다른 후보 지원유세 여유조차 없을 수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중진 험지 출마론’이 실제 상황으로 이어지면 민주당 행보에도 국민 시선이 쏠리지 않겠냐는 추가 질문에는 “민주당은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기준에 걸리면 누구도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 정착됐고, 최근 (국민의힘에서) 20% 컷오프가 나온 것도 민주당을 벤치마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지난 7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도 ‘친이재명계’ 김두관 의원의 이 대표 험지 출마 요구에 “이 대표가 그 지역구뿐만 아니라 전체 선거 구도를 보고, 전략 이런 걸 전부 검토하면서 판단할 문제”라며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