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강한 반발’에 의대 증원 또 흔들리나

복지부, 의대 증원 수요조사 발표 연기
4시간여 만에 공지 번복… "시간 더 필요하다"
의료계 거센 반발 탓으로 분석돼

정부가 강행해온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주춤한 모양새다.

 

1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당초 이번주까지 발표하기로 했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내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의사 단체 등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 이유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관계자 등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복지부는 지난 12일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루 뒤인 13일 오전에 하겠다고 기자단에 공지했으나, 4시간여 만에 연기한다고 번복했다. 복지부는 “40개 대학의 2030년까지 의대증원 수요를 확인 및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힌 뒤 이번 주 내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약 2주간 전국 40대 대학으로부터 의대 증원 희망수요를 접수했다. 이후 주말새 자료 취합을 마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습이였지만, 돌연 결과를 더 정리해야 한다며 발표를 연기한 것을 두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발표 연기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가 의대 증원 수요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뒤 대통령실과 복지부 등에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당시 의대 정원 발표 브리핑에 대해 의협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한 적은 없으나, 개별적으로 항의 전화를 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 연기를 지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의사들이 실제 파업까지 감행한다면 내년 4월 총선에도 여파가 있을 수 있어 신중히 추진에 속도 조절을 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전 정부 때도 대통령이나 당의 지지율 모두 의료계 파업의 영향으로 다소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복지부는 이번주 중 발표하겠다던 약속도 어영부영 넘겼다. 일각에서는 의대들의 증원 수요에 대한 발표는 하지 않고, 의대 수요에 대한 검증 작업 등을 마친 뒤 최종 증원 인원만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의료계 반발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정 의료법 시행과 의대 증원을 규탄하는 반차 투쟁을 벌인 뒤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 증원을 추진할 경우 2만5000명의 경기도의사회원들과 함께 파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 및 필수 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교체된 의협 측 양동호 협상단장도 정부와의 첫 대면에서 파업을 시사했다. 양 단장은 지난 15일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만약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이러한 문제를 관망하던 의대생들도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오는 25일 임시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