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원 무기화에 대응… 印太 핵심광물 대화체 출범 선언 [뉴스 투데이]

APEC서 한·미·일 결속 강화

尹·기시다 35분 회담… 2023년 7번째
尹 “한·일 정부 협의체 100% 복원”
칠레·페루·베트남 정상과도 회담

바이든·기시다와 회담한 시진핑
韓정부 요청엔 침묵… 성사 유동적
尹과 대면 땐 習 “한·중협력 희망”

윤석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모두 만났다.

다만 중국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나선 미국, 일본과 달리, 윤 대통령은 이날까지 한·중 회담을 확정짓지 못하고 시 주석과 짧게 조우만 했다. 한국 정부의 요청에 중국이 묵묵부답하며 성사 여부가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중 회담 ‘키’ 쥔 中, 양 정상 짧게 조우



윤 대통령은 이날 에이펙 세션1이 시작되기 직전, 시 주석과 회의장에서 3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서로를 알아본 두 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에이펙 계기에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자 시 주석은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총리를 잘 맞아주고 환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한 총리와 멋진 회담을 했다”고 답했다.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중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미·중, 일·중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한·중 회담을 이날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참석국 기념촬영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윤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일 하루 일정이 남아 있는데 아직 논의 중”이라며 “중국이 우선 미국과의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가용 시간에 어떤 나라와 얼마나 회담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국, 일본 회담과 별개 문제”라며 “회담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양국이 전략적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담소 때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문제가 거론됐는지에 대해선 “중국과 러·북 군사협력 문제를 연결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여부가 순방 막바지까지 유동적 상황이 된 데는 중국이 키를 쥐고 미루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통화에서 “중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과 타협할 부분이 있지만 한국과는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이 있지 않다”며 “회담을 하더라도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회담) 이상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일본과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있고 중국이 국제 이슈를 선도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해 세게 나온 측면이 있다”며 “한·중이 만날 필요성은 의제상으로 미국, 일본에 비해 약하지만, 한국만 중국과 회담을 못하면 한·중·일 관계가 (한국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IPEF, 중국 겨냥한 ‘핵심 광물 대화체’ 출범

한·미·일 정상은 에이펙 계기에 이날 별도 회동을 하며 결속을 과시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도 따로 양자회담을 갖고 약 35분 간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 시 합의한 정부 간 협의체가 이제 100% 복원됐다”며 “앞으로도 고위경제협의회 개최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님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기시다 총리는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에 놓인 가운데 저는 전 세계를 분열과 갈등이 아닌 협조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강한 뜻을 갖고 있으며, 이 점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한·일 정상이 회담을 가진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한·미·일 정상을 포함한 14개국 정상은 이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2차 정상회의에 참석해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핵심 광물 대화체’와 참여국 간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한 ‘IPEF 네트워크’ 구성에 합의했다.

3국 정상 한자리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회동을 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IPEF 참여국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역내협력과 공동 대응 의지를 지속해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핵심 광물 대화체 출범을 선언했다. 선언문 내 ‘새로운 이슈’란 미국과 전략 경쟁 중인 중국이 자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 제품을 무기화할 태세를 보이는 것을 뜻한다. 참여국들은 공동으로 역내 ‘광물 매장량 종합지도’를 작성하는 등 핵심 광물 자원 매장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핵심 광물 관련 무역 확대에 협력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페루, 칠레, 베트남 정상과도 각각 양자회담을 갖고 페루 측에 한국 장갑차와 FA-50(경전투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칠레와는 ‘광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각 나라에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에이펙 정상회의 세션1 연설에선 “대한민국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지능형 교통시스템과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의 확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역내 회원국 전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가 확산되도록 에이펙 차원에서 특별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