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간 ‘디케의 눈물’ 북콘서트 무대에 올라 윤석열 대통령 비난성 발언 등을 했던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책이 오는 20일 독자들을 만난다. 17일 출판가 등에 따르면 ‘꽃은 무죄다’는 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꽃을 통해 살피게 된 세상사를 담담히 서술한 이 연구위원의 에세이다. 1부 ‘화(和)’를 시작으로 ▲2부 ‘통(通)’ ▲3부 ‘순(順)’ ▲4부 그리고 ‘희망(望)’ 등 총 272페이지로 구성됐다.
‘검사 이성윤, 그는 무도한 윤석열의 법무검찰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역천(逆天)의 무도(無道)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 믿음의 뿌리는 야생화에 있다’ 등 문구의 홍보 이미지도 책 소개 페이지에 보인다. ‘검사 이성윤, 비록 몸이 통째로 뜯겨 나갔어도 삶의 흔적을 남기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담쟁이와 줄기가 세 번 꺾여도 기어이 꽃을 피우는 개망초처럼 순리를 따르는 평화 세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는 수식 문구 등도 눈에 띈다.
저자 소개로는 ‘김학의 출국 금지 관련 수사를 막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무도한 자들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전 총장 징계와 관련된 사건 자료’를 법무부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찰과 공수처 수사를 받는 중’, ‘2023년 9월 조국 전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발언한 짦은 덕담까지 구실이 되어 징계 절차에 돌입했으니 재판 1건, 수사 1건, 징계 3건 도합 5관왕인 셈’ 등이 언급됐다.
조 전 장관 북콘서트 발언은 지난 9월6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의 논란과 맞닿아 있다. 초대 손님이 아닌 단순한 방청 형식으로 행사에 참석한 이 연구위원은 진행을 맡은 당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몇 말씀 나눠보겠다’는 멘트에 무대로 올라 조 전 장관의 마이크를 잠시 빌렸다.
최 의원의 “검찰에 있었다고 해서 사람들 얼굴이 다 싸가지 없게 생긴 게 아니다”라며 “살아온 게 그 얼굴에 드러난다고 하지 않나”라던 말에 이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유배가 돼 낮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밤에는 별을 보며 지낸다”고 근황 인사를 띄운 후, “2019년 8월부터 10월14일까지 조국 장관께서 법무부 장관으로 계실 때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조국 장관님을 보좌하고 모셨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이 연구위원의 말을 듣던 조 전 장관은 이 대목에서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연구위원은 “장관을 그만둘 때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사즉생’ 각오로 검찰개혁에 임하겠다는 조국 장관의 의지를 표명한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오늘같이 무도한 검찰 정권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조국 장관께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이런 엄청난 고초를 겪으시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만 해 너무나 안타깝고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의 저서 ‘디케의 눈물’을 읽고 현재 재판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노래해주는 거라고 느꼈다면서, “책을 한 권만 사지 않고 여러 권 사서 저도 읽고 주변인들에게도 권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는 “아시다시피 검찰이 저를 기소하고 수사를 받고 있어서 사직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검찰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며 “오늘 여기에 나온 것도 검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검찰을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한수 배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김구 선생은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다”며 “제가 지금까지 모셔본 조국 장관은 그 의지와 능력이 강철 같은 소유자”라고 치켜세웠다. 계속해서 ‘뜻한 바’를 조 전 장관이 이뤄 내리라고 확신했다.
특히 발언하는 과정에서 이 연구위원은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된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사단’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검사 그룹을 뜻하며, 이러한 표현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작심 비판으로 해석됐다.
조 전 장관은 “현직 검사장이신데 콘서트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제가 장관시절에 검찰국장으로 호흡을 맞췄다”고 추억했다. 이 연구위원을 둘러싼 재판 등을 놓고는 ‘상사’이던 자신의 잘못이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면서, “같이 견뎠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최 의원은 “법무연수원 간판이 용인과 진천 두 군데 달려있다”며 “자기들이 볼 때 정말 미운 사람은 진천으로 다 갔다”고 거들었다. 더불어 “진천에서 한동훈이 쓰던 사무실에 계시다”며 “저희 셋이 (이렇게)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 아닌가 싶다”고 의미도 짚었다.
이후 발언 관련 법무부의 감찰에 이 연구위원은 지난달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장관도 교수도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온 옛 상사의 북콘서트에서 덕담한 것이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의 교류이고,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는 데 그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게 윤석열식 공정이고 결국 이것이 내로남불과 동의어라는 것을 이제는 국민들이 안다”면서, “제 입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치부가 가려지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연구위원은 17일 출간 소식을 SNS에서 전하면서 “들풀은 밟힐수록 또다시 일어나고 제 몸이 꺾여도 기어코 꽃을 피워낸다”며 “이런 야생화의 향기가 만리에 퍼지는 날, 망나니 칼춤추는 무뢰한 자들의 시간도 결국 끝나지 않겠느냐”고 보는 이들에게 물었다. 그는 “꽃은 역천의 무도함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도 이날 자신의 SNS에 이 연구위원의 글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