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먹통’ 사태, ‘디지털정부’ 세계 1위 명성에 오점으로

이틀째 복구 중… 정치권서 질타 쏟아져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가 18일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된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의 장애 복구를 위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의 이상 여부를 현장 점검 중이다. 대통령 지시로 정부 합동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졌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정부’의 명성에 ‘오점’이 남게 됐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행안부는 전날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시스템을 점검하고 테스트해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실제 민원 현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확인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원을 처리하는 지자체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날 오후 3시쯤부터 각 주민센터에서 각종 서류의 납부와 신고, 발급 등을 확인 점검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번 일과 관련해 전날부터 고기동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지방 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는 복구돼 이날 오전 서비스를 재개했다. 무인민원 발급 기기도 정상 작동한다. 

18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상황실에 설치된 무인민원 발급 기기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이날 새벽(현지시간) 일명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에 대해 보고받고는 “정부 합동 TF를 즉각 가동해 신속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새올과 정부24 등 행정전산망 장애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윤오준 대통령실 사이버안보비서관이 팀장을 맡은 TF는 행안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 등으로 즉시 구성돼 이날 오전 첫 회의를 했다.

 

정부가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날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 관가에서는 공무원 인트라넷인 새올과 대국민 서비스인 정부24가 다른 서버를 사용하고 있으나, 동일한 사용자 인증 절차를 거치는 탓에 문제가 된 것 아니냔 말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쌓아온 우리 정부의 ‘최고 수준 디지털 정부’란 명성에도 금이 갔다. 한국의 디지털 정부와 전자정부 시스템은 유엔(UN)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9년 OECD의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2022년 UN 전자정부 평가에선 종합 3위를 기록했다. 윤석열정부는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정부의 기본 중 기본으로 꼽히는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와 전산망 조회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정과제 이행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 행정 전산망 오류 사태 복구 상황 점검을 위해 18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방문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디지털화와 함께 사라졌던 수기(手記)가 부활한 점도 눈길을 끈다. 행안부는 전날 하루 종일 행정망이 마비되자 확정일자 등과 같이 접수와 함께 즉시 처리를 해야 하는 업무는 각 지자체 등의 민원실에서 먼저 수기로 접수를 한 뒤 날짜를 소급해 처리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석열정부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라도 있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로 막대한 불편과 피해가 발생했지만, 지금까지 행안부는 구체적인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사태에 대비한 준비가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 행정 전산망이 먹통이 돼 대국민 민원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과 5개월 전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개통 첫날부터 먹통이 됐고,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아직도 오류가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강 대변인은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윤석열정부에 ‘한심하다’는 말도 아깝다”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